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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티나 Jun 29. 2020

로맨스의 부재

나의 첫 웹소설 작가 도전 실패기

로맨스의 어원이나 역사가 어찌 되었든 간에 '사랑'이라는 큰 명제를 품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할 것 같지 않다. 국어사전에도 로맨스는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 또는 연애 사건'이라고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단순하게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너무 힘들다. 그만큼 사랑의 형태에는 다양성이 풍부하다. 그러나 이야기로서의 사랑은 내 개인적인 상상력으로는 '낭만'을 품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감상적이고 이상적인 분위기 따위 같은 것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현실에서는 "로맨스가 없다."를 입버릇처럼 외친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 남편한테 말이다.


현실에서의 사랑과 판타지로 존재하는 로맨스 속의 사랑은 그 괴리감이 커도 너무 크다.


누구나 재벌남이 될 수 없고 누구나 만찢남이 될 수는 없듯이 나는 우리 남편이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존재하는 그런 남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나는 우리 남편 그대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고로 나는 로맨스는 설렘을 가득 품은 꿈을 꾸는 상태 그리고 현실에서의 사랑은 신뢰에 근거한 안정적인 상태에서 비로소 꽃이 핀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로맨스를 표현하는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종이책에서 휴대하기 편한 모바일 기기의 등장은 언제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는 웹소설이라고 하는 형태로 발전되었다. 그리고 이는 빠르게 읽고 소비되는 스낵 컬처로서 새로운 서술 형식으로 소비된다.


내가 웹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회사 생활에 치여 반복되는 일상을 살았을 때에는 번아웃 증후군으로 열정을 잃고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았었다. 나를 위해 퇴사를 결심하고 난 후에야 나는 비로소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되었고 글쓰기는 부족한 실력이지만 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하나의 도구가 되었다.


우연한 기회로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나는 때아닌 열정 과잉에 휩싸였다. 누가 읽든 말든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무작위로 표현하고 싶었고 글쓰기를 하면서 회사 생활로 찌들었던 내가 생기를 되찾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기존 소설과는 다른 웹소설만의 빠른 내용 전개와 짧은 분량은 '나도 한번 해볼 수 있겠다.'라는 이상한 자신감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 없던 웹소설 공모전에 겁 없이 덜컥 도전하고 만 것이다.


"2020 지상 최대 공모전, 가장 빠른 네이버 웹소설 연재의 길, 지금 바로 참여하세요!"


라는 유혹적인 문구에 나도 모르게 홀리듯이 로맨스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전 2주 만에 내가 쓴 로맨스 소설은 달콤하기는커녕 그야말로 덜 익은 감같이 텁텁하고 쓰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 겉만 번지르한 로맨스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은 오히려 로맨스 무지로 나타났다.  내가 쓴 글에서 꿈꾸는 듯한 설렘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호기롭게 도전했던 나는 짧은 시간에 "실패"로 쓰라린 아픔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나의 첫 웹소설 도전에 남편은 물론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조차 비밀로 했었으니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실패할 것을 알고 누구라도 읽을까 두려워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공모전에 참여할 때에는 당선을 바라고 시작한다. 나도 그러했으리라. 하지만 내 글은 통통 튀는 매력이 없다. 웹소설을 제대로 한번 읽어보지도 않고 시작했으니 쓰는 법이라고 알았을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 시작한 이상 실패했다 하여도 멋없이 포기는 할 수 없다.


하루 1화 쓰기도 버거워 발버둥 치고 있고 처음부터 탄탄한 기획 없이 시작한 글은 두서없이 여기저기로 튀지만 그래도 끝까지 완결은 하고 싶다. 그 정도 욕심은 부리고 싶다.


나의 첫 웹소설 도전기는 로맨스 부재로 실패했지만 그래도 나는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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