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맞나 싶다

2025.12.8 (11m 16d)

by 슈앙

3주째 기저귀 떼는 연습하고 있다. 어머님 말씀대로 내복바지 많이 사놨고 엄마 말씀대로 변기에 앉혀 쉬~변기에 오줌 싸자~ 고 가르치고 있다.


1주쯤 됐을 때, 이때쯤 오줌 싸겠군~이라는 감이 생겼다. 양갱이는 분유나 이유식을 먹고 1시간쯤 뒤에 소변을 누고 그러고 15분 간격으로 서너 번 더 싼다. 그 후론 그다음 식사까지 거의 소변을 보지 않았다. 2주 넘어가니, 표정이나 자세만으로 소변 신호를 캐치할 수 있게 됐다. 오줌이 마려우면 장난감에서 살짝 떨어져, 하던 행동을 멈춘다. 표정도 순간 진지해진다. 이건 뭐.. 양갱이가 아니라 내가 훈련받고 있는 기분이다.


오줌 순간 포착 훈련을 마쳤지만 꼭 그럴 때 변기는 내 눈앞에 없다. 물론 있어봤자 갖고 갔을 땐 이미 늦다. 양갱이 바지 내려 변기에 앉히는 동안 오줌 참고 기다려줄 리가 만무하다. 남편도 매번 이게 맞냐고 묻는데 난들 아나. 어머님이랑 엄마가 하셨대니까 할 뿐이지. 도대체 얼마나 해야 알아듣는 기미라도 보일까.


아직까진 전혀 변기에 오줌 눌 의지는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다. 오줌 눌 때가 돼서 변기 들고 따라다니면 안 싼다. 한 시간 반을 변기통 들고 따라다닌 적이 있다. 그러다가 잠시잠깐 한눈 팔면 그때 딱 눠버린다. 웃긴 건 기가 막히게 장난감에는 오줌을 묻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 오줌 참는 법을 모른다던데, 그 시간을 버티는 원리는 무엇일까.


똥은 똥대로 에피소드가 쌓인다. 똥은 오줌보다 훨씬 알아채기 쉽다. 하지만 그 순간 변기를 들이 내밀면 똥이 쏙 들어가 버린다. 한 번은 서 있는 채로 끄응하길래 이 때다 싶어 부리나케 변기에 앉혔다. 토끼똥만 쌌다. 토끼똥도 똥이긴 하니까 엉덩이 씻기고 로션 발라 내복 갈아입혔다. 10분 뒤에 또 토끼통 싸서 엉덩이 씻기고 내복 바지 벗긴 채, 걸레 가지고 왔더니 어마어마한 양의 똥을 거실 바닥에 누고 밟은 채 서 있었다. 잠깐이나마 변비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발가락 사이사이 깨끗하게 씻기고 로션 바르고 내복 바지 입혔다. 오후에 또 한 번 더 같은 일을 반복했다. 어젠 내가 양갱이 똥 밟고 다녔다. 슬리퍼에 똥 묻은 줄 모르고 왔다 갔다 했다.


친구 중이 누구도 이런 시도를 한 사람이 없으니 답답하다. 전화영어 선생님인 Vibes도 이미 20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대충 돌 전에 시작해서 15개월쯤에 기저귀 뗐다는데, 언제쯤 처음으로 변기에 눴는지는 모르겠단다. 제발 얼마나 걸리는지만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답답한 마음에 엄마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했다. 이게 맞냐며, 이렇게 하면 되는 거냐며. 엄마는 단호하게 가르치지 않는 내가 문제랬다. 그렇게 다정하게 일러줘서는 1년 걸리겠단다. 양갱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가장 본능적인 배변활동을 어떻게 따끔하게 얘기하나.


모유수유 하다 말고, 수면교육도 포기하고, 이젠 배변교육마저 실패인가. 딱 두 달만 더 해보고 그때도 기미가 없으면 안 하련다. 그냥 2배 비싼 친환경 일회용 기저귀 쓸란다.


오늘은 생리 핑계로 하루 종일 종이 기저귀 썼다. 너어무 편하다. 할 일이 반으로 줄었다. 참으로 여유로운 하루였다. 나는 도대체 왜 고생을 사서 하는 걸까.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배달음식 안 먹고 빨대 사용하지 않고 중고 옷 입어봤자, 정부는 정권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고 기업은 폐수를 낙동강에 방수하고 남편은 프라모델 사는데 말이다. 쓸데없이 고생하지 말고 몸이 편한 대로 할 것인지, 그래도 나름의 도전인데 이왕 하는 거 재밌게 할지 하루에도 몇 번 갈팡질팡이다.


그 와중에 교육한다고 변기에 앉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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