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 (11m 11d)
누워서 울기만 하던 신생아 시절, 제발 뭐가 불편한지 말을 해줬으면 했다. 기저귀도 갈았고, 금방 밥도 먹었고, 잘 자고 일어난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칭얼대고 우는지 도통 모르는 순간이 많았다. 남편은 심지어 욱하기까지 했다. 그럴 때마다 말도 못 하는 애기한테 왜 욱하냐며, 얘도 얼마나 답답하겠냐며 남편을 나무랐다. 실은 내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조금씩 애기 키우는 것에 적응하면서 '왜 그래,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괜찮아~'하고 달랬다. 아기한테 하는 말인지,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한결 마음이 편했다. 뒤늦게 안 것인데, 많은 남편들이 이맘때 많이들 욱하는 것 같다.
양갱이도 커가면서 조금씩 세상에 적응하고 나와 남편도 양갱이의 울음 해석 능력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양갱이와 뭔가 소통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빠 출근하신다~그러면 탁탁탁 전력질주하듯이 현관 쪽으로 기어간다. 중문 앞에 앉아 빠이빠이를 하는데, 남편은 빠이빠이 보느라 출근을 못한다.
친정부모님과 영상통화하고 끊을 때, 안녕히 계세요~해야지 했더니 비슷한 리듬으로 '우어~'라고 소리 내면서 허리를 숙이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인사를 가르쳤던가! 도리도리나 빠이빠이, 만세, 반짝반짝 같이 의도적으로 가르친 것 외에 평소 생활에서 스스로 학습해서 따라 하다니. 가히 천재가 아닐 수 없다. 부모님은 그 모습이 너무 이뻐 인사면 대여섯 번 하고 나서야 겨우 끊으신다.
오늘은 목에 걸린 장난감을 한 손으로 빼내려고 애쓰길래, '두 손으로 해 봐~'라고 했더니 두 손을 써서 장난감을 빼냈다. 우어어어어어!!!!! 너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아듣는 것이냐! 이제 양갱이 앞에서 양갱이 뒷담화도 못 하겠다.
양갱이와 얼른 대화하고 싶다. 그러면 같이 식사하면서 요즘 핫한 뉴스에 대해서도 얘기 나누고 주식 투자 방향성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