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8 (11m 6d), 혼자 일어서기
양갱이의 첫 코감기는 다행히 잘 지나가고 있다. 열은 간밤에 내렸고, 다음 날 낮잠 자면서 땀 빠짝 흘리더니 거의 나았다. 콧물, 기침, 미열 외에 잘 먹고 잘 놀았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열이 내리지 않으면 소변 검사하러 병원 갈 참이었다. 병원 신세 없이 알아서 잘 나았으니 다행이다.
코감기를 낫게 해 준 주요 요인은 제주 사는 친구에게서 산 노지귤과 오트리빈이라는 식염수 스프레이였다. 특히 노지귤은 하우스귤보다 새콤해서 신맛을 좋아하는 양갱이도 잘 먹고 감기에도 특효약이었던 거 같다. 친구가 올해 노지귤 당도가 떨어진다며 아쉬워했는데 우리 집에는 딱이었다. 심지어 양갱이는 다른 곳에서 얻은 달달한 귤은 먹지 않는다. 제주 노지귤을 여기저기 나눠 줘 버려서 똑 떨어졌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쟁겨둘 걸 아쉽다.
오트리빈은 코로 숨쉬기 힘들어할 때마다 콧구멍에 대고 푝푝 쏴줬다. 콧물이 새어 나오기도 하고 재채기를 유발시켜 시원하게 나오기도 했다. 코흡입기는 코점막 손상할 수 있다고 권장하지 않는다 해서 없다. 오트리빈은 식염수라 자주 해도 상관없기에 수시로 푝푝 쐈다. 양갱이는 처음에는 거부하더니 몇 번 해보고 자기도 시원한지 가만히 있었다. 대신 효과가 몇 분 가지 않았다. 코흡입기 잘 쓰고 있는 지인들 얘기 듣다 보면 언젠가 살 거 같긴 하다.
코감기 사흘째인 오늘도 여전히 콧물과 침으로 턱받이를 적시고 있다. 그래도 콧물양이 많이 줄었고 기침도 거의 하지 않는다. 잘 이겨내 준 양갱이도 대견하고 순조롭게 해결해 낸 나와 남편도 기특하다.
아프면 큰다 그랬는데 우리 양갱이는 어떠려나 기대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은 엄마의 기대에 부흥해 주었다. 어제부터 혼자 서 있는 연습을 열심히 하더니 선 상태에서 손뼉도 치고, 만세도 했다. 금방 엉덩방아 찧으며 앉아버렸지만 그만만 해도 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오늘 저녁 처음으로 혼자 일어섰다. 꽤 오래 버텼다. 지금까진 내 다리나 가구를 짚고 일어났었다. 이제는 땅을 짚고 일어서서 허리를 곧추 세운 것이다. 꽃봉오리에서 꽃이 팡! 하고 터지듯이 활짝 피어나는 듯했다. 드디어 직립보행의 길이 머지않았다. 날 풀리면 우리 손잡고 고양이랑 산책 가자~
남편이 옮았다. 하루 종일 양갱이랑 있으면서 침, 콧물, 똥오줌을 받아낸 나는 멀쩡하다. 남편도 나으면 할 줄 아는 게 늘어났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물건 제자리 두기 같은.. 어른은 알아서 나읍시다. (하면서 지금 배숙 만드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