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아주기 vs 같이 놀기

2025.12.12 (11m 10d)

by 슈앙

아기랑 노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몰라 더 난감했다. 아기랑 놀아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집에 비해 장난감도 현저히 적은 편이라 더 고민이었다. 유튜브에서 찾아 3개월 아기 놀아주는 법, 6개월 아기 놀아주는 법 등을 찾아 해보곤 했다. 막상 따라해려 해도 쉽지 않았다. 영상으로 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어쨌든 유튜브에 본 대로, 노래 불러주기도 하고 테이프를 바닥이나 벽에 붙여 같이 떼어보기도 했다. 주방도구를 줘보기도 하고 콩을 넣은 병을 던져 주기도 했다. 노래 틀어 놓고 양갱이 안아 춤도 춰보고 들었다 놨다 하며 몸으로도 놀아줬다. 이렇게 적으니 참 열심히 다양하게 놀아준 거 같지만, 양갱이와 하루 종일 있다 보면 성성의껏 놀아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양갱이는 뒤집기 하기 전부터 혼자서도 한참 놀아서 더 그랬던 거 같다.


가끔 형님들이 양갱이 보러 오시는데, 정말 잘 놀아주신다. 단 한순간도 오디오가 쉬지 않는다. 끊임없이 양갱이의 행동을 언어로 표현하기도 하고, 매번 무언가를 계속 가르친다. 양갱이는 몇 시간 동안이고 고모들 무릎 위에서, 품 안에서 즐겁게 노닌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2m 정도 떨어져서 멍하니 지켜보는데 참 행복한 순간이다. 한편으론 나도 저렇게 해야 하는데.. 라며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아이는 종일 나만 바라보고 있고, 아이의 발달을 위해서라도 잘 놀아줘야 하는데 참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요즘 부쩍 말귀도 알아듣고 상호작용이 되면서 놀아주는 것이 편해졌다. 나름 아기와 놀아주는 방법을 깨친 거 같다. 놀아주기 팁을 몇 가지 적어보겠다. 맞는진 잘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편하다. 진작 이렇게 놀아줄 걸 그랬다.


양갱이가 고른 장난감으로 같이 논다.


예전에는 내가 양갱이에게 장난감을 제공하고, 양갱이는 제공받은 장난감으로 놀았다. 그러다 다른 장난감도 보여주면 그걸로 갈아탔다. 나는 그 옆에 앉아 '어~잘하네~'라고 추임새를 넣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양갱이가 직접 장난감을 고른다. 나는 그 옆에 머물면서 양갱이가 고른 장난감으로 같이 논다. 물론 금방 다른 장난감으로 갈아탄다. 그러면 나도 같이 갈아탄 장난감으로 쫓아간다.


양갱이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한다.


예전에는 양갱이가 장난감을 던지면, '오~ 잘 던지네~'라고 말하고 다시 갖다 줬다. 혹은 양갱이가 장난감을 뒤집으면, '엇! 장난감이 뒤집어졌네~'라고 하면서 장난감을 똑바로 되짚었다. 지금은 '엄마도 던져야지~', '엄마는 이렇게 뒤집었네~'라고 말하면서 나도 같이 던지고 뒤집는다.


똑같은 수준으로 논다.


한 번은 양갱이가 장난감으로 바닥을 탕탕 쳤다. 나도 그 장난감으로 바닥을 탕탕 쳤다. 몇 번 하니 바닥을 탕탕 친 뒤, 내게 장난감을 건넸다. 이렇게 한참을 둘이서 장난감 하나 가지고 바닥 치면서 놀았다. 이렇게 단순한 놀이로도 양갱이는 진심으로 재밌어라 하는 표정이었다. 심지어 나도 재밌었다.


같이 기어 다닌다.


공이든 머든 굴러다닌 게 있으면 양갱이는 한참 굴리면서 기어 다닌다. 이때, 나도 같이 합류한다. 서로 번갈아가며 굴리면서 함께 기어 다닌다. 남자들 공 하나 던져주면 새벽부터 해 질 녘까지 논다던데 양갱이도 다를 바 없었다. 내가 멈추지 않는 한, 공 굴리면서 노는 건 끝이 없다. 하지만, 같이 기어 다니면서 장난감 쫓아다니면 양갱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나를 앞서 장난감을 쫓아간다. 처음에 기어 다닐 땐 등근육통이 와서 욱신욱신했는데 지금은 단련이 됐다. 어른도 기어 다니면 건강과 두뇌에 좋단다. 양갱이 걸으면 기어 다닐 일도 없어질 텐데 많이 기어 다녀놔야겠다.


가르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양갱이가 어떤 행동을 하면 언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에 그 행동을 말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던지면, '던졌네~', 서랍에 있는 물건 다 꺼내놓으면 '꺼냈네~', 빨래 헤집어놓으면 '헤집었네~' 이런 식이었다. 지금은 같이 던지고 꺼내놓거나 헤집어놓은 물건을 함께 탐구한다. 어른으로써 엄마로서 자식을 가르치겠다는 마음 혹은 언어를 빨리 깨치게 해야지라는 조바심을 내려놨다. 너무 내려놔서 책 안 읽어준지 오래다.


나의 수준을 양갱이에게 맞추고 가르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한결 편하다. 놀잇감과 노는 방법은 양갱이가 선택하고 나는 파트너로 참여하니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하는 고민거리가 사라졌다. 가장 좋은 것은 양갱이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 놀아줄 때보다 훨씬 반짝이고 진지하다. 그리고 까르르 웃음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나도 재밌고 즐겁다.

놀아주는 게 아니라 함께 놀아 버리는 것이다.



똑같은 수준으로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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