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입소

2026.3.3 (14m 12d)

by 슈앙

오늘부터 어린이집에 다닌다. 양갱이는 1세지만 어린이집 입소 결정할 당시 기는 아기여서 0세 반에 들어가기로 했다. 선생님 비율도 1세 반은 1:5지만 0세 반은 1:2 or 1:3이라 훨씬 밀착형 돌봄을 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원장선생님이 처음 제안했을 때는 좀 더 큰 아이들이랑 지내야 배우는 게 많을 것이라 아쉬웠었다. 아이 키워본 친구들이나 chat gpt에도 물어보니, 그 나잇대에 사회성이나 배움보단 안정적인 돌봄이 훨씬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원장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전반만 보낼 계획이다. 어린이집에서 점심까지만 먹고, 잠은 집에서 재우는 스케줄로 9시 전에 등원하고 12시 즈음에 하원할 생각이다.


0세 반은 아직 3명뿐이라 그런지 방이 넓다. 시간제보육으로 이용했던 지난번 어린이집에서는 훨씬 좁은 방에서 4명 아기가 먹고 자고 놀고 다 한다는 생각에 좀 아쉬웠다. 그에 비해 이번 어린이집은 널찍하고 밝아 훨씬 쾌적한 분위기인 점이 마음에 든다. 0세 반 맡으신 선생님은 지금까지 4세 반만 맡으셨고 0세 반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4세 반에서 8명을 돌보셨던 분이다. 4세 8명에 비하면 0세 3명은 완전 껌이지 않을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어린이집 선생님처럼 밝고 친절하고 하이톤이다.


같은 반에 2명 아이가 더 있다. 둘 다 4월생으로 10개월이다. 여아 한 명, 남아 한 명인데, 다행히 둘 다 순하면서도 활발하다. 아기들은 알아서 잘 지낼 거 같고, 나도 드디어 동네 엄마들과의 커뮤니티가 생겨 반갑고 기대된다. 두 분 모두 곧 복직이지만 잠깐 만나 커피 한 잔만 해도 힐링이리라.


양갱이는 역시나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10개월 아기들은 혼자 돌아다니고 소리 지르고 웃고 떠드는데, 양갱이는 내 품에서 거의 떠나지 못했다. 다른 아기가 조금이라도 큰 소리 내면 바짝 긴장했다. 30분쯤 지나니 조금씩 얼굴 표정이 부드러워져 선생님에게 장난감 주기도 했다. 소심하고 겁 많은 양갱이지만 별 걱정하지 않는다. 양갱이는 시간이 조금 걸릴 뿐, 잘 적응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상 3시간 뒤에 데리러 온다는 것을 양갱이가 인지하고 나면 훨씬 나을 것이다.


이제 그 3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집안일이나 하면서 보내지 않을 것이다. 우선 30분 정도 운동하고 브런치에 글 올리고, 책 읽고 피부관리 좀 하는 것이 내 계획이다. 이런 기대 속에서 지난 2월을 보내서 그런지 당장 입소 첫날부터 개인시간을 가질 줄 알았다. 30분 이틀, 1시간 이틀, 이렇게 첫 주는 적응 기간을 가져야 했다. 우리 겁 많은 양갱이의 적응 기간이 필요한데 개인 시간에 눈이 멀어 잊었다.


아기 낳기 전에는 어디 가서 맞고 오면 맞았다는 말이라도 할 수 있을 때 보내야지 했는데.. 이제 걷기 시작했을 뿐인데 벌써 어린이집이라니. 실은 엄마 껌딱지 양갱이를 생각하면, 어린이집 안 보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방금도 글 쓰러 아빠에게 맡기고 나가려는 데도 양갱이는 울며 내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이런 아기를 굳이 낯선 어린이집에 적응시키는 게 맞나.. 이제 와서 또 고민이고 걱정이다.


양갱이 고정석



월, 수, 금 연재
이전 22화휴재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