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입냄새

2026.3.11 (14m 17d)

by 슈앙

양갱이는 이가 5개 났다. 14개월치곤 굉장히 늦게 나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이때쯤엔 8개 난다. 주변에선 이는 늦게 날 수록 좋다며 위로한다. 8개월이 돼도 이가 나지 않을 땐 조바심이 나긴 했지만 이젠 별 걱정 없다. 그저 유난히 느린 부분이 있다는 사실이 웃길 뿐이다.


이가 늦게 난다는 핑계로 아직 양치질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거즈로 이 닦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신생아 때부터 해야 한다며 쌍둥이 엄마인 친구가 잔소리하면서 가르쳐줬다. 분에 얼마 전부터 자기 전에 물 묻힌 거즈로 잇몸 마사지도 하고 5개 난 이도 닦고 있다.


나름 미루는 핑계는 있다. 혀 말도 안 되는 핑계니 웃고 넘어가길 바란다.


우선 나와 남편이 건치다. 남편은 어릴 때 건치 아동상도 받았다고 한다. 우리 부모님과 시부모님 모두 지금까지 임플란트 없이 지내오셨다. 작년에서야 여든이 넘으신 아버님께서 처음으로 임플란트를 하셨다. 양갱이는 건치 유전자이 틀림없다.


다른 핑계는 내가 치아가 다 나고 나서도 한참 지나서야 양치질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게 서너 살쯤이라고 한다. 유치에 충치가 생겨 치과를 다니면서 양치질을 배웠으니 많이 늦은 셈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여전히 치아가 튼튼한 걸 보면 좀 늦어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서너 살은 심하지만 말이다.


분에 양갱이는 입냄새가 꽤 난다. 분유만 먹던 때완 다른 냄새다. 이유식에다 이젠 어른 밥도 먹으면서 달라졌다. 처음에는 생소하기도 하고 약간 역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맡다 보니 익숙해져서일까. 폴폴 나는 요 입냄새가 너무 좋다. 하루에도 몇 번씩 괜히 코를 양갱이 입에 갖다 대본다. 따뜻한 날숨과 풍겨져 나오는 냄새를 맡다 보면 마음이 올망졸망해진다.


남동생이 중학생이었을 때, 엄마는 동생의 쿰쿰한 냄새가 맡으며 '우리 아들 냄새가 너무 좋네~'라고 하시며 꼭 끌어안는 모습이 생각난다. 그 땐 사춘기 동생의 꾸리꾸리한 냄새가 뭐가 좋은지 이해도 안 됐고 징그러울 뿐이었다. 엄마에겐 성장기 아들의 꾸리꾸리한 냄새도 좋다는데, 이제 갓 돌 지난 아기의 입냄새는 얼마나 따스하겠는가.


엄마가 너무 반가운 양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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