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차여행

2026.3.25 (14m 21d)

by 슈앙

대구 친정에 왔다. 2주 정도 낼 예정이다. 지금까지 항상 차를 타고 이동했다면 이번에는 KTX 타고 가기로 했다. 남편은 차를 이용하길 바랐지만, 지난번 설에 너무 고생했었다. 설연휴라 막히기도 했겠지만 그것보단 양갱이 이유식 먹인다고 휴게소에 들르고, 찡찡대는 거 달랜다고 국도로 들어가 잠시 정차했다 가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 와중에 한창 밥태기여서 더 힘들었다. 도착하고 나니 머리가 깨질 거 같았다. 나도 나지만 양갱이도 힘들었는지 이틀밤을 엄청 울어대며 잤다. 밤새도록 겨우 달래가며 재웠었다. 또 같은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기차여행이니 바리바리 싸들고 가긴 어려웠다. 짐을 최소한으로 들고 가고 필요한 것은 택배로 부치기로 했다. 어차피 곧 부칠 거니 당장 이삼일 쓸 짐만 가져간다 생각하니 그리 많지 않았다. 남편은 큰 백팩 하나에 유모차를 맡았고, 나는 부스터 가방(이동식 아기의자 겸 가방)과 양갱이를 들었다. KTX 타기 직전까지 유모차에 양갱이를 태우고 부스터가방도 실어 나는 내 미니백 하나만 들고 다녔다. 꽤 가뿐했다.


KTX에 타고나서도 순조로웠다. 양갱이는 처음 타 본 기차에 들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여기저기 살펴봤다. 걷기 연습도 할 겸 양갱이 손 잡고 좁은 복도를 지나다니면 양갱이는 앉아 있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뚫어지게 쳐다보며 걸었다. 승객들은 고맙게도 아장아장 걷는 아기가 귀엽다며 인사도 해주고 흐뭇한 표정으로 양갱이를 바라봐주었다. 2시간 중 한 시간은 이렇게 잘 보냈다.


기차표는 10시 50분 출발, 12시 40분 도착이었다. 양갱이는 보통 낮잠 시간이 11시 반이다. 어린이집 다니면서 점심 먹고 집에 와서 12시 반에 자는 스케줄이지만, 주말처럼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엔 밥 먹다 졸거나 찡찡대서 11시 반쯤에 재우곤 했다. 구경할 거 많은 기차에선 낮잠 시간이 늦어질 수 있겠다 기대했었다. 나의 기대와 평소 스케줄이 애매하게 섞여 11시 반부터 졸려 찡찡대지만, 재밌는 게 많아서 자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안아 달라고 해서 안아주면 몸을 활처럼 휘며 울어댔다. 일어서라는 것이다. 좀만 울리면 자겠지만, 다른 승객들 민폐이기에 그럴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이 왔다 갔다 걸어 다니며 시간을 때우거나 일어서서 안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나머지 한 시간을 보냈다. 기차에서 내려 친정 가는 차 안에서 도착 5분 전에 양갱이는 자버렸다. 결국 카시트만 살짝 빼서 고대로 친정집으로 들고 와 한 시간 남짓 재웠다. 다음부턴 낮잠 시간을 피해서 뭐든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차와 기차 중 하나를 택하라면 기차다. 몇 시간을 갇혀 있는 것보단 좁은 복도라도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차는 4시간, 기차는 2시간라는 점에서도 부담이 덜 된다. 어쨌든 낮잠과 밥시간만 잘 피하면 될 거 같다. 다음에 또 언제 대구갈진 모르겠지만 이번 경험으로 더 순조로운 기차 여행이 되길!


창 밖을 볼 줄 알았는데 모니터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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