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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앙 Sep 09. 2020

미니멀리스트와 고양이

카야와 코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카야와 코코.

뒤 : 카야 / 앞 : 코코

남매라서 서로 닮았다. 너무 닮아서 잘 구별이 안 된단다.

내 눈엔 영판 다르게 생겼는데 말이다.

미니멀리스트를 시작할 때쯤에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었다. 필요한 물건을 사들이기도 했었고 선물도 종종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다른 것들로 대체하였다. 고양이 키우는 다른 집과는 달리...



우리 집엔 캣타워가 없다.


어디든 올라가도 된다.

탁, 싱크대, 냉장고 위, 옷장 위(옷장 속은 Never), 침대 어디든 제한하는 공간은 없다. 모든 가구가 캣타워라서 따로 구입하지 않다.


놀이 도구 없다.


봉이나 비닐을 던져준다. 하루죙일 잘 가지고 논다. 그러다 내팽개쳐져 있으면 치운다. 그리고 매일 집 근처를 산책한다. 주말엔 하루에 두세 번 나간다. 특히 쌀쌀하면서 햇볕 좋은 날엔 셋이 함께 밖에서 멍 때린다. 비가 오는 날도 빠지지 않는다. 여기저기 자동차 아래를 옮겨 다니며 비 피하기 놀이한다.  나비나 여치 같은 곤충 잡아 논다.( 가끔 쥐도..) 코코는 나가는 이웃들에게 인사한다. 다리를 스윽 훑고 지나가면 굉장히 좋아라 해주신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주차된 자동차나 오토바이 냄새 맡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냄새가 묻어 있는 택배 차량을 제일 좋아한다. 가끔 셋이서 달리기 시합도 한다. 1등은 항상 코코, 2등은 나, 꼴찌는 카야. 카야는 자꾸 뛰다가 만다. 잡았다 뺏었다 하는 낚시 놀이보단 나을 거 같아서 새벽에 퇴근해도 산책은 꼭 하는 편이다. 어쩌다 피곤해 건너뛰면 그다음 날 고양이들은 더 오래 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벚꽃 날리는 봄
낙엽 떨어지는 가을
눈 내리는 겨울
더 놀고 싶은 고양이

스크래처도 없다.


식탁 다리가 이미 4개 스크래처다. 하지만 머니머니 해도 제일 좋은 건 집 근처 산에 있는 나무 밑동을 긁는 것이다. 긁다가 필 받으면 나무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식탁 다리와 고양이 발
대형 스트래처
대형 캣타워

마약 방석 마찬가지다.


안 입는 옷을 이용한다. 털 때가 많이 묻으면 반대로 접거나 쟁여 둔 옷을 새로 꺼내서 갈아 놓면 된다. 고양이들은 이상한 게 지들 털인데도 지저분하게 묻어 있는 데는 꺼려한다. 그러니 집사로서 항상 깨끗한 깔개를 안 입는 옷으로 제공고 있다


그래도 건조는 필수.


털 빠지는 동물을 키우면서 건조가 없다는 것은 삶의 질을 뚝 떨어뜨리는 것이다. 특히 털갈이 시즌엔 검정 옷은 포기한다. 항상 코 끝이 간질간질해서 손으로 비비게 된다. 참고 견디다 못해 결국 샀는데 내가 최근에 산 물건 중에 만족도가 제일 높다. 이불을 건조하고 나서 필터에 모인 고양이 뭉탱이 털을 볼 때 특히 더! 



고양이 전용 물건으로
그들의 생활을 채워주기보단 식탁도 함께 쓰고
안 입는 옷 물려주기도 하고
잘 땐 한 침대에서 같이 잔다.
그렇다고 더욱 열심히 쓸고 닦진 않는다.
대신 물건을 최소화해서
관리해야 하는 물건을 줄이고
쉽게 쓸고 닦을 수 있는 청소하기 부담 없는 집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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