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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앙 Sep 07. 2020

책 먼지에서 해방

미니멀리스트의 책장

책 읽는 것에 큰 흥미 못 느껴도 서점은 좋아한다.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간판대 쪽을 거닐다 보면 온라인 할인 무시하고  자리에서 사버릴 때도 있다. 그땐, 갑자기 인문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고 이제부터 역사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며, 간만에 설 좀 읽어볼까 싶다.


그러다 보면 또 책장을 산다. 

나무와 철제로 만들어 북유럽식 모던함이 묻어나는 5단 책장. 5단 책장에 빽빽이 책을 채우면 참 멋지겠다는 생각을 했고 중간중간 원서 제목이 드러나는 책이 보이면 금상첨화. 

미니멀리스트에 도전하면서 이런 의미 없는 욕망과 마주하게 되었고 결국 몇 권 빼고 다 처분했다.

그렇다고 한 번에 버린 건 아니다.

처음엔 한 번 읽어서 또 읽진 않을 책, 그다음은 공부하다가 말았던 책, 그 뒤엔 읽다 만 책 순으로 버렸다. 이런 순서는 버리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즉, 내 욕망과 마주하고 스스로 되기를 반복한다.

예를 들면, 읽다 만 책에 대한 나의 마음을 우선 생각해보는 것이다. 마치 남겨둬야 하는 책처럼 보이지만 마저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더 손이 안 간다. 되려 외면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게다가 집에 있는 것부터 읽어야지란 생각에 다른 책 읽는 것도 미루게 된다. 이런 내 마음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고 없앨만한 이유가 합당하면 책장에서 비슷한 부류의 책들을 쫙쫙 뽑낸다.


이런 과정은 하루 이틀 만에 정리되지 않았다.

욕망에 따라 마주하고, 인정하고 그리고 버리는 것으로 이어지기까지 몇 달이 걸리기도 했다. 지금도 꾸준히 묻 있다.


"올해 이 책을 집어 든 적이 있었나?"


책 먼지 속에서 마치 독서가인 양 스스로 착각하지 않고 자신에 대해 솔직히 마주 본다. 몇 권 없는 책장은 내게 말하고 있다.


"넌 요즘 책 안 읽고 유튜브에 빠져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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