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세린 효능, 페트롤라툼 성분, 사용방법, 부작용 등
185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타이터스빌에서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시추에 의한 석유 생산에 성공합니다. 이른바 석유 문명이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 것인데요. 그 이후 불과 몇년 사이에 타이터스빌 인근 지역은 석유로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오일러시가 이어졌습니다. 이때 독특한 시각으로 또 다른 대박의 가능성을 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바세린의 발명가 로버트 체스브로입니다.
체스브로는 오일러시 당시, 타이터스빌에 방문하여 상당히 흥미로운 관찰을 하게 됩니다. 석유를 시추하는 과정에서 끈적끈적한 석유 찌꺼기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로드왁스(rod wax)라고 부릅니다. 로드왁스는 시추 장비를 고장내서 작업과정을 더디게 하였기 때문에 작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쓰잘데기 없는 찌꺼기에 불과했는데요.
체스브로는 이 로드왁스가 묻은 작업자들의 몸에서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보고 이 물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그는 로드왁스로부터 정제된 성분을 추출해내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페트롤리움 젤리, 혹은 페트롤라툼 이라고 부르는 성분입니다. 그는 이 성분의 상처 회복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신하였기때문에, 바로 회사를 차리고 '바세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합니다. 이게 바로 바세린의 150년 역사의 시작입니다.
바세린은 약 150년 동안 판매되어온 제품으로 현재 시판되고 있는 코스메틱 제품들 가운데서도 제일 오래된 제품이 아닐까 싶은데요. 재미있는 점은 바세린이 페트롤라툼 단일 성분으로 구성되어 당시와 지금 완전히 동일한 형태로 판매된다는 점입니다.
피부과학과 화학, 화장품공학의 급격한 발달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오래된 제품이 당시 형태 그대로 판매될 뿐 아니라 다양한 목적으로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바세린이 그만큼 좋은 제품이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럼 바세린의 성분인 페트롤라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이어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페트롤라툼은 앞서 이야기를 했듯이 석유로부터 만들어지게 되는데요. 석유를 증류하여 생산되는 특정 분자량 범위의 포화탄화수소 믹스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페트롤라툼은 딱딱하지 않은 고체, 액체 콜로이드에 가까운 성상을 가지고 있으며 녹는점은 체온에 가까워 피부에 발랐을때 살짝 녹아 잘 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세린의 전성분표를 보면 페트롤라툼 100%로 구성되어 있는게 오리지널 제품이고 여기에 향료, 색소 그 이외에 한 두가지 기능성 성분이 배합되는 제품들도 있습니다. 페트롤라툼은 바세린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매우 다양한 코스메틱 제품들에서도 활용되고 있는데 한 리포트에 따르면 코스메틱 제품 14개 중에 1개 약 7% 가량에서 페트롤라툼이 포함되어 있고 립스틱의 15%, 베이비로션의 40% 가량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매우 자주 사용되는 성분 입니다.
페트롤라툼의 대표적인 효과는 보습 기능입니다. 피부에 얇은 막을 형성해서 피부 표면을 통한 수분 손실을 줄여 보습 효과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보습 성분을 오클루시브 라고 부르는데요. 페트롤라툼이 바로 가장 대표적인 오클루시프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상처 재생을 보조하는 역할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적극적인 소염이나 재생 효과라기보다는 피부에 막을 형성해서 여러 병원균의 감염 가능성을 낮추고 자연 회복을 보조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저는 페트롤라툼의 위해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측면이 있다고 보는데요. 이것은 페트롤라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석유로부터 페트롤라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혼입될 수 있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영어로 PAHs(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라고 불리는 성분들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PAHs의 대표적인 성분이 벤조피렌인데요. 벤조피렌 발암물질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번 반복해서 기사화되곤 합니다. 이 성분은 고기를 굽는 과정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삼겹살만 먹어도 벤조피렌에 노출될 정도로 흔한 물질임에도 케모포비아적인 시선에서 그 위험성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어찌됐든 유럽 기준으로는 페트롤라툼을 비롯한 미네랄오일에 사용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있습니다. 여러번 정제를 통해 PAHs와 같은 불순물을 제거한 형태만이 코스메틱 제품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 위해성 논란이 크게 발생하지 않습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유럽에 비해 관리가 미흡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유럽에서 유통되는 바세린과 국내에서 유통되는 바세린의 생산 공정상의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문제이긴 합니다.
제가 찾아본 바로는 2015년경 까지는 유니레버의 한국지사인 유니레버코리아의 대전 공장에서 국내 유통되는 바세린을 직접 생산하였다고 하는데요. 그 이후 공장이 팔렸다는 이야기가 있고, 최근에는 인도에 위치한 유니레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국내로 수입 유통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 인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유럽 기준에 맞춘 제품이라고 한다면 일단 정식으로 수입 유통되는 바세린 제품에 포함된 페트롤라툼에 대한 위해성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바세린의 용도는 매우 다양합니다. 기본적으로 매우 건조한 피부 부위를 보습하는데 효과적입니다. 그 외에도 페트롤라툼이 다른 성분들의 베이스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바세린과 다른 제품을 섞어서 사용하는 방법들도 인터넷 상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세린에 틴트를 살짝 섞어 립밤으로 활용하거나, 바세린으로 블랙헤드를 녹여내거나, 바세린을 바르고 향수를 뿌려 향수 지속력을 높인다든지 하는 팁들입니다.
바세린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끈적끈적하고 물에 잘 닦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먼지가 달라붙거나 오염된 상태로 남아있을 가능성도 존재하죠. 보습 능력이 뛰어나지만 다른 보습제들에 비해서 헤비하기 때문에 얼굴에 사용하기에는 지성피부에서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보통 바세린을 손, 발, 팔꿈치 등 몸에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세린에 대해 싸구려 석유찌꺼기로 만든 형편없는 제품이라고 폄훼하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되는데, 이는 150년 가까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온 바세린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여러번에 걸친 정제 과정을 통해 상당히 고품질의 페트롤라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한 몰이해이기도 합니다.
대개 석유로부터 추출되는 공정에서 섞여들어간 불순물을 문제시 하는것인데 사실 이 문제는 비단 바세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석유계 미네랄오일 전반에 걸친 이슈이기 때문에 이 문제로 시비를 걸기 시작하면 거기서 자유로운 화장품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럽처럼 국내에서도 PAHs에 대한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하고 철저하게 관리하여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PAHs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영상으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gM0m_Zt8N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