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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승 Sep 12. 2019

108살 먹은 니베아 크림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


1911년 독일 바이어스도르프사에서는 최초의 워터인오일 타입의 크림을 내놓습니다. 우리에게 니베아 크림으로 잘 알려져있는 이 제품은 백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성분 구성의 큰 변화 없이 판매되고 있는데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로션, 크림, 에센스 등 스킨케어 제품들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니베아 크림의 성공에는 당시 독일에서 활동하던 유태인 화학자 아이작 리프슈츠(Isaac Lifschütz)의 공로가 큰데요. 리프슈츠는 1890년대 당시 피부를 통한 약물 전달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연고-베이스를 개발하는데 매진하고 있었습니다. 1900년 리프슈츠는 양털로부터 유세릿Eucerit이라는 형태의 에멀젼을 추출해내는데 성공하여 이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게 됩니다. 


당시 유럽에는 현대 피부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저명한 피부과 의사 폴 거슨 운나(Paul Gerson Unna)가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운나는 리프슈츠가 발명한 연고 베이스의 의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자신이 발행하던 저널에 소개하기도 합니다. 


리프슈츠가 개발한 유세릿은 코스메틱 산업 역사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화장품은 개념적으로 여러가지 기능성 물질들이 피부에 도포될 수 있는 형태로 가공된 제품을 의미하는데요. 피부에 바르기 위해서는 여러 성분들을 실어나르는 캐리어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캐리어 역할을 하는 것을 베이스 혹은 기제라고 부르는데요. 최초로 대량으로 생산 가능한 형태의 연고 베이스인 유세릿이 출현함으로써 코스메틱 산업화의 전제조건이 비로소 성립하게 된 것이죠.


폴 바이어스도르프


한편 독일의 약사 폴 바이어스도르프(Paul Beiersdorf)는 1882년 자신의 이름을 따 바이어스도르프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반창고 등의 제품을 여러 병원에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하는데요. 매출이 고만고만했던 이 회사를 1890년 오스카 트로플로위츠(Oscar Troplowitz)라는 약사겸 사업가가 바이어스도르프라는 회사이름은 그대로 유지한채로 인수를 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트로플로위츠 체제의 바이어스도르프사가 되는데요. 앞서 언급했던 저명한 피부과 의사, 폴 거슨 운나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며 점차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가게 됩니다. 그러던 중 리프슈츠를 관심있게 지켜보던 운나의 소개로 1910년 바이어스도르프사가 리프슈츠를 연구부서 이사로 영입하고 동시에 유세릿과 관련된 모든 특허권도 인수하게 됩니다.


아이작 리프슈츠, 폴 거슨 운나, 오스카 트로플로위츠



리프슈츠, 운나, 트로플로위츠 이 세명이 의기투합하여 유세릿을 베이스로 한 제품 개발에 매진하는데요. 유세릿에 물, 파라핀, 글리세린, 판테놀, 구연산, 향료 등을 첨가해서 하얀색 크림을 만들게 됩니다. 트로플로위츠는 이 크림에 라틴어 nivis에서 딴 니베아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는데요. 하얀 눈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니베아 크림은 에멀젼 형태로 생산된 최초의 코스메틱 제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이 바로 유세릿입니다. 유세릿은 대량으로 산업생산할 수 있는 최초의 워터인오일 타입의 에멀젼인데요.  1900년 아이작 리프슈츠에 의해 양털로부터 추출된 성분입니다.




양털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성분이 바로 라놀린입니다. 라놀린은 양털에서 유래한 왁스 성분인데요. 양털은 햇빛, 비, 바람 등 여러 자극으로부터 양을 보호하기 위해 방수, 보온, 항균 작용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양의 피지선에서는 양털을 윤택하게 하는 콜레스테롤, 에스테르, 폴리에스테르 등 다양한 성분을 생성 분비하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2pEIsyWD-Y


라놀린은 양털을 정련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데요. 양털을 뜨거운 물에 담가 세척하게 되면 물 위에 기름 성분이 둥둥 떠다니게 되는데요. 이걸 걷어내서 굳힌 것이 라놀린입니다.  즉, 양털의 기름 왁스 성분을 라놀린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유세릿이 개발되기 이전에도 양모로부터 추출한 라놀린 연고 베이스가 있었는데요. 1882년에 오토 브라운이라는 사람이 라놀린 에멀젼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라놀린 베이스는 보관이 어려울 뿐 아니라 별로 좋지 않은 냄새, 누리끼리한 색 등 코스메틱 제품으로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많았습니다.


리프슈츠의 유세릿은 양모 왁스의 순도를 높이는 기술을 통해 라놀린에 비해 물리화학적으로 안정적일뿐 아니라 수분도 많이 머금을 수 있는 에멀젼 베이스였기 때문에 향후 화장품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니베아 크림은 마케팅과 브랜드 역사에서도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트로플로위츠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니베아 크림의 좋은 향과 하얀 크림이라는 제품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순수하고 가냘픈 여성의 이미지를 매우 감성적으로 활용합니다.


나아가 니베아는 당시 독일에서 가장 핫한 비쥬얼 아티스트였던 한스 루디 에르트, 율리우스 기프켄스 등과 협업을 하기도 하였으며, 1920년에 극장 광고를 시작하는 등 매우 선진적인 마케팅 기법을 구사한 초기 코스메틱 브랜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에스테틱 캠페인 광고를 전개하여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시도한 초기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니베아를 독일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하는데 원동력으로 작용하였을 것입니다.


초창기 니베아 크림은 톤앤매너가 지금과는 사뭇 달랐는데요. 1925년에야 비로소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 즉, 파란통에 하얀 글씨로 니베아 크림이라고 적혀진 형태로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니베아 크림이 출시된지 백년이 넘은 2013년에 바이어스도르프사는 니베아 브랜드에 대한 리브랜딩 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니베아 백년 역사의 시작이었고, 동시에 현재까지도 가장 아이코닉한 제품인 동그란 니베아 크림 틴의 모습을 본 딴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오늘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브랜드 니베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더 알고 싶은 브랜드나 주제가 있다면 댓글 남겨 주세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TWM5DywQ-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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