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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승 Mar 08. 2019

뷰티계의 팔방미인 비비크림을 알아보자

화장품의 기원을 찾아서

비비크림은 k-뷰티, 즉 한국 화장품이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를 얻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된 코스메틱 카테고리입니다. 

오늘은 비비크림의 열풍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비비크림의 역사를 추적해봤습니다.

1950년대 독일, 피부과 의사 크리스틴 슈라멕은 피부과 시술 후 예민하고 붉어진 피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고를 개발하게 됩니다. 

이 연고는 피부를 진정시키고 붉어진 피부를 커버하기 위한 목적으로 피부과 시술 후에 주로 병원에서 처방되었는데요. 이 연고가 인기를 끌게되고 처방전없이 사용하고 싶어하는 환자들의 요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1960년 닥터슈라멕은 일반화장품으로 피부보호용 크림인 블레미쉬 밤을 출시하게 됩니다. 

여기서 블레미쉬blemish는 흠, 잡티라는 뜻이고 밤balm은 연고라는 뜻입니다. 바로 이 블레미쉬 밤이 비비크림의 시초입니다.

블레미쉬밤은 1970년대부터 독일에 파견되었던 우리나라 간호사들에 의해 국내에 소개되었다고 하는데요. 정식으로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한 것은 1983년부터라고 합니다. 그 이후 피부과나 피부관리실에서 알음알음 사용되다가 조금 더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2004년.

불새의 여주인공이었던 고 이은주씨의 쌩얼메이크업이 화제가 되면서 부터인데요. 당시 그녀를 담당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청경 원장은 슈라멕 크림과 파운데이션을 섞어 누디한 메이크업을 선보이게 됩니다. 색조를 진하게 하는 메이크업에 익숙했던 한국에서 피부톤을 자연스럽게 커버하는 동시에 마치 화장을 한듯 안한듯 쌩얼 같은 표현을 하는 쌩얼 메이크업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슈라멕의 블레미쉬밤은 상대적으로 고가였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국내 브랜드들도 자체기술 개발을 통해 슈라멕의 블레미쉬 밤과 유사한 제품들을 하나씩 출시하게 되는데요. 

대표적인 브랜드가 2006년 푸른화장품(코스트리), 한스킨, 스킨79 등의 브랜드였습니다.

이때부터 비비크림이라는 표현을 조금씩 사용하게 됩니다. 일설에 따르면 blemish balm이라는 표기에 대한 권한을 슈라멕에서 가지고 있어서 그 줄임말인 BB를 가져와서 비비크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근데 요즘 찾아보면 권리가 소멸이 됐는지 블레미쉬밤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블레미쉬밤 외에도 뷰티밤, 블레미쉬블록, 블레미쉬베이스, 뷰티베이스 등 유사한 이름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다 비슷한 비비크림의 카테고리로 보시면 됩니다.

당시 한 기사에 따르면 2006년말부터 인터넷쇼핑몰 인터파크 등에서 비비크림이 화장품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평균 600~700개씩 팔리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생얼트렌드에 힘입어 젊은층을 대상으로 인터넷쇼핑몰에서 점차 인지도를 확보해나가게 된 것이죠 

그러나 비비크림이 결정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된 사건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2007년 2월.

한스킨의 비비크림이 gs홈쇼핑을 통해 판매되면서 부터입니다.
6회방송 연속 매진, 방송 45분만에 8000세트 전량 매진을 일으키며 그야말로 홈쇼핑 신화를 만들게 됩니다. 그전까지 입소문을 통해 인터넷쇼핑몰을 중심으로 젊은층에 국한되어 소비되던 비비크림이 홈쇼핑을 통해 4, 50대 여성고객층은 물론 남성층까지 시장을 넓히게 된 것이죠. 당시 홈쇼핑 회사들의 연간 매출 순위를 보면 한스킨과 스킨79의 비비크림이 모두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스킨은 2007~2008년 국내 비비크림 시장 점유율의 60에서 80%를 장악할 정도였다고 하니 홈쇼핑 선점 효과를 통해 비비크림 카테고리의 대장주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스킨에 이어 여러 화장품회사들이 앞다투어 비비크림을 출시하게 되는데요.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약 백여종의 비비크림이 출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비비크림을 출시하지 않은 브랜드를 찾는게 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비비크림의 인기와 더불어 화장품제조를 담당했던 업체들도 크게 성장을 하게 되는데요. 대표적인 회사들이 코스트리, 코스메카, 코스맥스, 한국콜마, 하나코스, 아이썸, 나우코스 등입니다. 이중에는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제조업체들도 포함이 되어있는데요. 이 업체들의 성장과정이 비비크림이라는 카테고리의 탄생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한스킨이 gs홈쇼핑에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바로 그 날이 케이뷰티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외국에서 비비크림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그 시작은 일본이었습니다.

2007년 한국에서 비비크림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일본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한국 여행시 반드시 사가야 할 아이템으로 비비크림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일본의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잇코는 본인이 출연중이던 인기 예능프로 오네만즈를 통해 
한국의 비비크림을 소개하며 일본 열도에 비비크림 광풍을 일으킵니다.

2008년 1월 윤손하가 출연한 오네만즈 편에서 추천한 에뛰드 비비크림으로 명동바닥 비비크림이 동나버렸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입니다.

당시 잇코 덕분에 꿀을 빤 대표적인 브랜드들이 한스킨, 미샤, 에뛰드하우스 등입니다. 한스킨은 일본내 9300개 매장에 입점하며 10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미샤 또한 돈키호테, 마츠모토 키요시 등 1000개 이상의 매장에 입점했다고 합니다.

당시 한스킨은 발빠르게 배우 윤손하를 모델로 기용한 것이 주효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샤의 빨간비비로 유명한 퍼펙트커버 비비크림은 어려운 시기를 겪던 에이블씨앤씨를 부활시킨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결국 비비크림은 2008년 니케이 트렌드 히트상품 7위에 선정되었고 이 해는 한국화장품이 본격적으로 일본에 알려진 원년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뷰티 시장 가운데 하나인 일본 시장이 반응하자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들도 비비크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크리니크, 에스티로더, 랑콤 등 글로벌 브랜드에서 발빠르게 비비크림을 출시하며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비비크림 열풍이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서양에서 비비크림은 메이크업 절차를 간소화시킨 올인원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보습제, 자외선차단제, 파운데이션 등 다양한 기능을 포괄하고 있어 귀찮아서 굳이 하나만 바르는 사람이라면 비비크림이면 하나면 된다는 거죠. 메이크업 절차를 간소화한 제품이기에 남성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현재 다양하게 출시되는 비비크림 제품들은 비비크림의 시초라 불린 슈라멕의 블레미쉬밤과는 공통점보다 다른점이 더 많습니다.

슈라멕의 제품이 징크, 판테놀 등이 포함되어 있어 피부과 시술 후 민감한 피부의 진정재생과 더불어 약간의 커버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그 이후에 나온 여러 비비크림들은 다양한 기능을 넣고 빼면서 여러 갈래로 나눠지게 됩니다.

대개 비비크림의 성분은 징크옥사이드와 티타늄옥사이드와 같은 무기자차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자외선차단 효과가 있습니다. 제품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성분들이 들어갑니다.

이 성분들의 배치와 조성에 따라 각각의 비비크림이 지향하는 목표가 조금씩 달라질 뿐입니다.

비비크림은 보습제, 자외선차단제, 피부개선제, 컨실러, 파운데이션, 프라이머 등 다양한 화장품의 일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비비크림은 화장품계의 팔방미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말은 나쁘게 보자면 어느 하나도 아주 뛰어나지는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보습에는 보습제에 밀리고, 자외선차단은 자외선차단제만 못합니다. 피부 재생 효과를 기대하기도 트리트먼트제품에 비할수 없으며 파운데이션에 비해 색표현도 부족합니다.

비비크림은 색표현이 칙칙하고 아파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이를 보완해서 씨씨크림 이라고 출시가 됐지만 내내 비슷한 유형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피부상태와 내 피부의 결점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관리법과 화장품을 맥락에 맞게 골라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영상으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sAcocCO5L9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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