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찰하고, 질문하고, 연결하는 실무자의 인사이트 기록
– 관찰하고, 질문하고, 연결하는 실무자의 인사이트 기록
『영감노트』는 일상 속에서 인사(HR)의 본질과 방향을 고민해보는 칼럼 시리즈입니다.
바쁜 실무 속에서도 잠시 멈춰 생각해보는 이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인사이트로 닿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제 글에 대한 다른 생각이나 시선도 언제든 환영합니다.
앞선 6-1편과 6-2편에서 성과관리의 철학과 이를 움직이는 네 가지 차별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6-3편에서는 이 철학을 실제 행동으로 전환하는 과정, 즉 리더의 시간 사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리더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말보다 캘린더에서 더 정확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이번 세미나의 마지막 파트는 “지난 한 달간 나는 어디에 시간을 썼는가” 직접 마주해 보는 실습으로 구성했습니다.
저는 이 실습을, 각자가 자신의 지난 한 달을 꺼내어 함께 바라보는 시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고민이 자연스럽게 공감되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제, 성과관리의 철학이 리더의 일정과 행동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전략이 중요하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급한 메일, 보고, 회의, 지시사항에 하루를 다 쓰고 나면 정작 가장 중요한 일에는 손도 대지 못한 채 퇴근하게 되는 날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모두와 함께 ‘시간의 지도’를 그려 보고자 했습니다.
⚖️ 운영 업무 vs. 전략 업무, 두 개의 축
먼저 업무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 운영 업무(Operation) | 일상적인 업무 진척 사항을 확인하고, 보고서와 데이터를 검토하고, 팀원들의 업무를 조율하고 챙기는 일들.
- 전략 업무(Strategy) | 성과가 부진한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고, 개선 방향을 설계하고, 중장기적인 방향성과 전략을 수립하고 팀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설명하는 일들.
그다음, 이렇게 부탁드렸습니다.
“지난 한 달의 시간을 100점이라고 생각했을 때, 제시된 10가지 활동(운영·전략 업무 체크리스트)에 각각 몇 점을 쓰셨는지 솔직하게 적어 주세요.”
제시된 10가지 항목 안에 없는 본인만의 고유한 활동이 있다면 체크리스트를 바꿔 적어도 괜찮다고 안내했습니다. 중요한 건 “나는 실제로 어디에 시간을 쓰고 있었는가”를 정직하게 마주보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A4용지 위에 조심스럽게 숫자들이 채워졌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각자의 한 달이 하나의 표와 합계 숫자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왼쪽 표의 합계는 운영 업무, 오른쪽 표의 합계는 전략 업무. 숫자는 단순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각자 자신의 종이를 내려다보며 가장 먼저 나온 말은 비슷했습니다.
“생각보다 운영 업무에 너무 많이 쓰고 있네요.”
“전략 업무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숫자로 보니 한쪽으로 치우쳤네요.”
생산 현장을 맡고 있다 보니 매일 반복되는 이슈, 고객사 품질 문제, 그리고 루틴한 보고와 조율이 자연스럽게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또 다른 분은 회의 일정이 캘린더에 빽빽이 채워진 하루를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아침 8시부터 퇴근 시간까지 캘린더를 보면 거의 모든 칸이 회의로 채워져 있습니다. 중간에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년에는 ‘회의를 줄이는 것’도 전략 업무의 일부로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떤 팀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운영과 전략의 비율을 맞춰야 할 것 같은데, 막상 현실에서는 눈앞의 지시와 현안에 쓸려가다 보니 중요한 일에 시간을 충분히 써 본 지가 언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원했던 장면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한 달을 돌아보며 조금 찜찜해지는 지점을 발견하는 것,
그 찜찜함에서 질문이 시작되는 것,
그리고 그 질문을 서로의 언어로 나눠 보는 것.
그래서 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 조별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각 조에서는 세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한 달간 수행한 업무를 돌아보면서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드셨습니까?
시간과 노력을 중요하고 전략적인 과업에 제대로 투입하고 있습니까?
업무 시간과 노력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합니까?
어떤 조에서는 “운영 업무가 너무 많아서 숨이 막힌다”는 공감이 이어졌고, 다른 조에서는 “전략 업무를 위한 시간을 일부러 확보해 두고 있다”는 경험도 공유되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건, 각자의 숫자를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팀의 맥락과 조직의 과제까지 함께 이야기가 확장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인버터를 개발하고 있어서 전략 업무가 프로젝트 중심으로 확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합니다.”
“AI를 활용해서 우리 팀의 업무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도 요즘 같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 장의 표에 적힌 숫자는 단지 출발점일 뿐이었고, 실제로 이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든 건 숫자 뒤에 숨은 이야기와 고민을 꺼내는 대화였습니다.
실습의 마지막 단계는 Commitment 작성이었습니다. 오늘의 시간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질 작은 행동의 씨앗을 심어 보는 과정이었습니다.
커밋먼트 카드에는 네 가지 항목을 적도록 했습니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그 행동이 오늘 이야기한 네 가지 원칙 (Aligned, Continuous, Fair & Calibrated, Growth-Driven) 중 어떤 것과 연결되는지
언제 어떻게 실행할 건지, 실행했다는 것을 어떻게 점검할 것인지
이 커밋먼트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
혹시 어렵게 느끼실까 봐, 뒷장에는 네 가지 원칙에 맞춰 몇 가지 예시도 적어 두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팀장님들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예시를 그대로 따라 적으시는 것보다, 오늘 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찜찜함에서 출발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건 꼭 바꾸고 싶다’라고 느끼신 그 지점이 가장 좋은 커밋먼트의 출발점입니다.”
한 분 한 분이 펜을 들고 조용히 자신의 행동 계획을 적어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 시간이 단순한 실습이 아닌 “리더십의 방향을 한 칸 조정하는 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실습 파트를 설계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떠올렸던 문장입니다.
운영 업무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상을 안전하게 굴리고,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니까요.
하지만 전략 업무, 즉 근본 원인을 보고, 방향을 설계하고, 사람을 키우는 일에 시간이 전혀 쓰이지 않는다면 그 팀의 성장은 언젠가 한계에 부딪힙니다.
오늘 나눈 대화와 커밋먼트가 팀장님들 각자의 캘린더 위에 작은 변화로 찍혀 나가길, 그래서 한 달 뒤, 분기 뒤에 “내 시간의 구조가 조금은 달라졌다”는 감각을 느끼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실습을 마치며 제가 조용히 마음속으로 던졌던 질문을 이 칼럼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도 전하며 이번 기록 6편도 마치려고 합니다.
“당신의 지난 한 달은 어떤 업무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나요?
그리고 다음 한 달은, 어디에 시간을 더 써 보고 싶으신가요?”
아마 그 질문을 진지하게 마주보는 순간부터, 리더로서의 시간도, 팀의 성장 방향도 조금씩 다른 궤적을 그리기 시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