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는 기억을 지우는 일이 아니다

나를 아프게 한 시간들과 손을 잡는 일

by 제이


나를 아프게 했던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내 불안의 원천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그게 늘 궁금했다.

그걸 알아야만 내 안의 불안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되돌아보면,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일이 오히려 나를 더 불안하고 밉게 만들었다.

네 품을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품에 다시 안기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미워하는 건 정말 그 사람일까?

아니면 미성숙했던 나 자신일까.


시간이 지나도 너에게 받은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모양만 달라졌을 뿐이다.

예전에는 뾰족한 가시가 내 가슴을 짓누르듯 아팠지만,

지금은 그 끝이 둥글게 무뎌진 듯하다.


손끝이 닿으면 여전히 아프지만,

이제는 그 아픔을 가만히 바라볼 수 있다.


용서는 기억을 지우는 일이 아니었다.

그 기억을 품은 채로 다시 걸어가는 일이었다.

그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일.

내 마음속 한 자리를 비워내는 일.


나는 아직 그 사람을 완전히 용서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나를 용서하려 한다.

그때 제대로 울지 못했던 나를,

그저 사랑받고 싶었던 나를.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덜 미워하고,

조금 더 나를 이해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내가 나를 안아줘야겠지.

나를 더 외롭게, 아프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했던 만큼 나는 나를 사랑할 것이다.


부디 너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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