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끝에서 나를 다시 입는다
나는 이상하게도 사랑을 할 때보다는
이별을 한 후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숙해졌다.
참으로 웃기지 않은가.
사랑을 할 때 많은 걸 배우고 성숙해졌다면
그 인연과 끊기지 않았을 텐데,
사랑을 지속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별을 한 후, 상대가 떠난 뒤에야 깨닫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나는 사랑을 할 당시엔
내게서 문제를 찾으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늘어진 옷에 손이 자주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편하니까.
그래서일까,
새로 산 옷은 내 몸에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니까
익숙한 옷만 입게 되는 것 아닐까 싶었다.
물론 새 옷도 예쁘고 좋다.
하지만 그 옷에 맞는 코디를 고민해야 하는 과정이
번거롭다 생각했다.
새 옷을 사면 당연한 일이건만,
나는 계속 미뤘고, 더 미루게 되었다.
결국 해진 옷이 찢어지고 나서야
새 옷을 찾는 것처럼,
지금의 나는 내 진짜 모습을
새로 찾아가는 과정에 서 있다.
언제나 편한 옷만 입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새 옷을 입는다.
그렇게 다시,
나를 배우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