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넘어지는 법을 배우는 시간

by 제이


“누군가의 손이 사라진 순간, 나는 비로소 내 발로 세상을 배워야 했다.”



자전거를 탈 때 나는 몇 살이었을까.

한 자릿수의 나이였던 것 말고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꽃이 인사를 하던 봄의 계절이었을까,

아니면 날이 추웠던 눈사람의 계절이었을까.


옷이 두껍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아마 봄이었겠지.

보호장구를 다 착용하고,

다들 그렇듯 보조바퀴를 단 채로 쌩쌩 달렸다.


나는 두 자릿수의 나이가 되어도

보조바퀴를 내 안전장치의 일부라 생각했다.

주변 친구들은 두 발 자전거로 묘기를 부리곤 했고,

나도 욕심이 생겨 아빠에게 말했다.


“나 보조바퀴 떼줘.”


내 안전장치를 떼어달라는 그 말은 큰 용기였다.

주말에 아빠는 정말 보조바퀴를 떼주셨고,

나는 온몸에 안전장구를 다시 착용했다.


학교 운동장이었는지, 주민센터 앞이었는지,

공원이었는지 기억은 흐릿하지만

엄마는 나를 지켜보고,

아빠는 자전거를 밀어주셨다.


뒤에서 느껴지던 온기가 사라졌다 싶으면

나는 뒤를 돌아보다 넘어지곤 했다.

아빠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내 안의 불안은 그때부터 이미 자라나고 있었다.


다섯 번의 손가락이 다 접힐 때까진

아빠가 내 뒤에 있었다.

그 이후로는 랜덤이었다.

어느 날은 없었고,

엉엉 울며 왜 내 뒤에 없었냐 따져 물었을 때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언제까지 아빠가 네 옆에 있을 수는 없어, 제이야.

혼자 앞으로 나갈 줄도 알아야지.

혼자 간다고 아빠가 사라지는 건 아니야.

아빠는 네 근처에서 널 지켜보고 있을 거야.”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뭉클한 말이고,

이제는 이해가 되지만

그때의 나는 이해가 되어도 납득하기가 싫었다.

“아빠가 평생 내 자전거 밀어줘.”

그 말을 들은 아빠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빠가 없이 두 발 자전거를 딱 한 번 탈 수 있었다.

아빠가 뒤에 있는 줄 알고 행복하게 달렸건만,

그는 엄마와 함께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 이제는 그 말뜻이 뭔지 알 것만 같아요.

아빠가 없던 그때도 나는 행복했는데,

아빠가 없으니 넘어지는 게 두려웠어요.


앞자리가 ‘2’로 바뀐 나이에도

나는 아직 두 발 자전거를 타지 못합니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그가 웃으며 말했죠.


“내가 알려줄게.”


나는 그 사랑이 사라질까 봐,

멀어질까 봐 두려웠어요.

사랑하는 것들을 내 품 안에 두고 싶은데

그게 멀어지는 걸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나는 아직도 어리숙한 나를 버리지 못했나 봐요.

자전거를 다시 배우고 싶은데,

불안은 늘 다가오니 선뜻 시도하기가 무섭습니다.


아빠, 그래도 내 옆에 있어줄 거죠?

나중에 공황이 조금 나아진다면

그때 다시 시도해 볼 테니까

지켜봐 줘요.


아빠의 말처럼,

나도 혼자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알아야 하니까.



넘어지는 게 두렵더라도, 결국엔 나를 밀어줄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오늘도, 천천히 페달을 밟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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