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이해하게 된 어느 날의 기록
나는 양가 할아버지가 없다.
기억에도 없고, 좋은 추억도, 나쁜 추억도 없다.
그래서인지 가끔 인터넷을 보다 보면,
‘부재’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이런 허한 마음을 안고 살아왔다. 내 평생을.
얼마 전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엄마는 다섯 살 때, 이미 아버지를 잃었다고 했다.
“너는 좋은 아빠 있어서 부럽다”는 말을 듣고서야
나는 그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나는 할아버지만 없었을 뿐,
아빠가 그 빈자리를 다 채워주고 있었다.
그에 반해, 엄마의 아버지는 그러지 못했다.
외할머니는 어린 다섯 남매를 홀로 키웠다고 했다.
그 젊은 나이에, 얼마나 고단했을까.
엄마에게는 이복동생들이 있다고 했다.
서른여섯의 나이에 혼자 아이 다섯을 키우는 건
결국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엄마의 밑으로 두 명은 해외 입양을 갔다고 했다.
“어떻게 연락 한 번 없이 살 수 있지?”
엄마의 말에는 아쉬움과 미묘한 미움이 섞여 있었다.
하긴, 연락이 와야만 닿을 수 있는 관계가 되어버렸으니.
그런 시련들 속에서도,
엄마는 나에게 따뜻한 부모였다는 게
이제야 참 놀랍다.
나는 가끔,
소풍날 싸주지 않았던 김밥과 유부초밥을 떠올리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런 사소한 서운함조차
지금 생각해 보면 사치였다.
엄마와 아빠의 인생에는
내가 모르는 수많은 눈물과 버팀이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부족함 없이 사랑받으며 자랐다.
그래서 이제는,
어딜 가서든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부모에 대한 원망이 존경이 되었을 때,
나는 성장하는 중이구나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