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면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바다의 밑에는 무엇이 존재할까.
그렇다면 나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우울할 때도, 기쁠 때도
늘 바다로 향했다.
짠내가 섞인 공기,
귓가를 스치는 파도 소리,
거세게 불어오던 바람.
그것들은 언제나
내 안의 불안과 우울을 씻어내주는 존재였다.
사랑했던 사람과
해안길을 한 시간쯤 걸으며
바다를 바라보던 날이 있었다.
그 사람은 결국 증오로 남았지만
그 시간만은
좋은 순간으로 기억될 것임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 기억조차
바닷속에 가라앉은 조개껍데기처럼
언젠가는
빛을 잃을지도 모르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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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내내
바다를 가까이 두고 살고 싶었다.
그래서 오션뷰에서 살고 싶었고,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바다 근처에서
살고 싶었다.
우울한 날이면
맥주 한 캔을 들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술을 마시고 싶었다.
무수한 시간은
모래사장 위에 적은 글씨처럼
결국 파도에 씻겨 나간다.
그래도
나는 멈추고 싶었다.
시곗바늘을 손으로 붙잡고,
제발 가지 말라고,
조금만 더 머물러 달라고
바보같이도.
하지만
아무리 붙잡아도
시간은
묵묵히 제 속도를 지킬 뿐이었다.
숨이 막히는 공간,
듣기 싫은 말들,
이미 포기해 버린 꿈들.
그 모든 것들이
가슴을 천천히 조여왔다.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곳이 없다는 사실이
지금의 삶을
지옥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그래도 나는 다짐했다.
언젠가는 지옥이 아닌
조금 더 평온한 곳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으며
쉰 날이 반년도 되지 않게
계속 일했다.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어쩌면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내 공황이 시작된 것은.
머릿속의 또 다른 내가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서
그걸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버틸 수 없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아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조차 흐려진다.
모든 감정이
조금씩 닳아 없어지고,
포기하는 일들이
자연스러워진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것일까.
이 모든 것을
참아가며
살아내는 것일까.
끝없는 의문 속에서
나는 문득
조개껍데기가 박힌
모래사장을
맨발로 달리고 싶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