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그곳은 부산. 어느 해변. 내가 밟고 있는 모래.

by 도현

바보같은 용기일까, 망설임 그리고 뒤따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그 순간들. 그 누군가가 내가 애정을 쏟았던 사람이라면 슬픔은 몇 배로, 가슴이 찢어질 듯한. 거절을 당할 아픔, 무서움은 내면에 잠재하지만 난 또 감추고 숨긴다.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것.


모래를 내 키 만큼정도 파서, 그리고 파낸 웅덩이에 몸을 숨긴다. 파도가 덮치면 그때의 헤어질 결의와 결심은 이미 덮여서 사라진 모래처럼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을. 완고해졌기에 움푹 파내어 꺼낼 수도 없음을. 뒤늦게 (남자는) 그 주위를 둘러싼 안갯속을 헤매었지만 (여자는) 천천히 구덩이 속에 차오르는 바다와 함께 영영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라앉은 심연 사이로 사랑의 형태가 무엇일까?-사랑과 죽음, 헤어질 결심.


좋아하는 영화의 책 각본집을 챙겨가 부산에서 읽게 된 이 상황이 참 운명의 장난같다.나는 눈물을 흘린 채 다시 아픔을 겪다 다시 일상을 만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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