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소개하자면
3년간의 서울살이를 마무리하기 전,
이삿짐을 정리하며 일주일 정도 서울에 더 머물렀다.
그동안 나는, 서울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천천히 되짚고
도시에게 조용히 작별을 건네고 싶었다.
잊히지 않을 기억들을 남기기 위해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내가 좋아하던 장소들을 하나씩 다시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는, 혜화 마로니에 공원.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나는 강북구에 살았고,
우이신설선을 자주 이용했다.
그 시절, 가장 가까운 번화가는 성신여대역이었다.
성신여대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면 닿는 혜화역.
젊음이 머무는 거리이자,
연극과 예술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는 곳.
그래서였을까,
나는 유난히 그곳을 자주 찾았던 것 같다.
혜화역을 나서면, 시야가 한 번에 트이는 마로니에 공원이 펼쳐진다.
붉은 벽돌이 층층이 쌓인 건물들,
그 사이를 채우는 사람들의 숨과 걸음.
곳곳에 놓인 벤치 덕분에
나는 종종 그곳에 머물러 앉아, 흐르는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곤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순간은,
그 공원에서 “칵테일 사랑”을 듣던 시간.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면
그저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잠시 취해보고,
시 한 편이 걸린 전시장을 서성이다가,
밤이 깊어지면
그리움을 눌러 담은 편지를 쓰고 싶어지던—
그 노래의 문장들이, 그날의 나와 꼭 닮아 있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딱히 무언가를 하지는 않는다.
선생님들과 함께 연극을 보러 갔던 하루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였다.
벤치에 앉아 한참을 머물거나, 괜히 일어나 몇 걸음 걷다가 다시 멈추고,
오가는 사람들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유 없이 웃음이 번지곤 했다.
조용한 시간 속에서,
스물셋의 서울에서 처음 만난 혜화는
나에게 충분한 기쁨이었다.
그리고 광주로 떠나기 마지막 날, 혜화에서 수향 언니와의 약속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어 더욱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