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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dust Feb 25. 2021

수요일 오후 5시엔 감동적인 고구마라떼

허기진 몸과 마음을 채우자


오후 5시. 회의는 한 시간 남고 퇴근은 두 시간 남았을 즈음, 문득 허기가 진다.


졸린 건 아닌데 형광등 불빛을 오래 쬐다보니 시야가 흐려지는 시간. 정말 필요한 순간을 위해 서랍에 아껴놓은 스니커즈를 먹고 얼른 이 흐린 시야에서 벗어날지, 아니면 외투를 입지않고 다녀올 수 있는 1분 거리 회사 앞 카페에서 4,700원짜리 고구마라떼를 사먹을지를 고민한다.


내 자리는 문에서 너무 멀고 나가기도 귀찮으니 손만 뻗으면 닿는 스니커즈를 먹으면 참 간편할 거 같다. 본격적인 식사가 아니라 약간의 당 충전이 필요한거니까. 하지만 내가(관대하게)정해놓은 초콜릿 하루 섭취량은 점심 때 이미 넘어버렸다구. 무엇보다 이 조용한 사무실에서 부시럭대고 싶지도 않아! 이렇게 생각이 흘러넘치기 시작할 때가 바로 결정의 순간이다.


카드키와 핸드폰만 챙겨서 문 쪽으로 달려나갔다. 오늘은 고구마라떼다. 

왜, 그런 카피도 있잖아. ‘지친 오후, 나를 위한 작은 사치.’ You deserve it!


이런 작은 사치들을 위해 내가 돈을 버는거지 아무렴 하하하!!! 정신승리가 끝날 때쯤 하얀 거품 이불을 덮은 고구마라떼가 나왔다. 허버허버 들이키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한 모금 마셔본다.


조금 오바해서, 새하얗고 두꺼운 극세사 이불을 앙 깨문듯한 부드러움과 호박고구마를 갈아넣었나 싶을정도의 달달함이 온몸에 퍼진다. 감동적인 맛. 이게 바로 몸과 마음의 허기를 동시에 달래주는 느낌인건가.


마음의 준비도 못 했는데 어김없이 돌아온 월요일이 야속하고, 기다려도 오지않는 금요일이 야속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다. 지칠대로 지친 마음이 뭉근한 위로에 사르르 녹는다. 허기가 채워져서인지, 아니면 고구마 라떼에 감동하다보니 퇴근시간이 가까워져서인지 뿌옇기만 했던 시야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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