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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운 Sep 30. 2022

현실

특별한 사람과 같이 산다는 건 어떤 걸까. 현실이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세상이 과열되어도 우리는 같이 살고 헤쳐 나갈 줄 알았다. 시를 쓰고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건 나를 위한 글밖에 되지 않았을까. 나는 나를 그 사람에게 확장했나 보다. 신체 일부가 훼손된 것처럼 뜯어진 아픔으로 가득하다. 괜찮아지는 것도 낯설다. 상처 위에 이 새로운 살이 아직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아서 어색하다. 꿈은 현실보다 더 생생하다. 현실과 부대끼는 꿈은 감촉마저 살아있다. 꿈에서 깨고 눈을 훔칠 때가 오면 어떤 형용사도 그 마음을 표현하기란 어렵다. 뒤척인다. 현실이라는 돈 앞에 우리가 함께할 시간을 더 당기지 못해서. 헛되이 보낸 세월이 아깝다. 큰 욕심이 없던 터라 어느 정도 살 돈만 벌면서 글을 쓰며 살고 있었다. 가정을 꾸리는 건 그 이상의 책임과 능력이 요구되는 거였다. 주위를 보니 이제 곧 결혼하는 친구들. 그리고 결혼을 이미 한 친구들. 그리고 이미 이혼을 한 친구들도 있을 나이가 되어보니 그 친구들이 참 어른스러워 보였다. 이미 후회해도 그 사람은 가고 없는 걸 알기에 나는 더 뒤척임이 심해진다. 내가 살아온 것을 강요한 적은 없다만, 나는 적어도 그 사람을 위해 나의 과거를 노력하지 못했다. 그게 사실이다. 바꿀 수 없는 과거. 그게 지금의 나다. 여전히 그 사람이 특별하게 보이는 것도 바꿀 수 없는 과거가 돼버려서는 아닐까. 그저 다시 태어난다면 당신과 마지막 사랑을 약속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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