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으로 자기연민을 수용한다. 나의 파열음은 어디까지나 마음 주변에서 울렸고 사람 간의 명확한 사실이 너무도 눈부셨다. 투고할 시를 모아 가까운 드림디포를 들러 인쇄했고 A4용지 90장 정도의 분량이 생각보다 두께가 있었다. 그 사람과 함께 밥을 먹기로 해서 같이 움직였기에 우체국도 함께 들러 50편의 시를 꾹 눌러 담아 투고를 진행했다. 원고를 본 그 사람의 얼굴이 어쩐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응원의 표정이었는지 시큰둥한 표정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깊고 투명한 눈동자였던 건 확실했다. 8월 말 간만에 날씨가 화사한 날이었다. 유독 비가 많이 왔던 이번 여름이던 터라 화창한 날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우체국에 갔다가 내가 자주 가는 라멘집에 들러 라멘을 먹었다. 일 가기 전에 자주 허기를 달래러 오는 곳이었는데 항상 주문하고 5분 만에 먹는 게 습관이 되어버려서 그날은 조금이나마 천천히 먹으려 애를 썼다. 그리고 우리가 항상 자주 같이 가는 카페에 와서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그 사람의 모든 표정과 모든 결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못생긴 표정을 지어도 마음이 시리도록 사랑스럽고 유난히 짧은 새끼손가락도. 그 손가락 주인이 적어내는 글씨체도. 은은히 빛이 났다. 일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유독 별이 잘 보인다. 별 하나하나가 우리를 바라보는 시구절이 되어 나에게 말을 건다. 우리의 커다란 사실이 내게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작은 별 같다. 나는 간직되고 싶고 간직하고 싶다. 꾹 눌러 담아 보낸 시처럼 보내고 싶지 않다. 시는 발견될 때 다시 숨어버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