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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운 Oct 20. 2022

하는 수 없이

그 사람과 자주 걷던 거리를 걷는다. 그래. 또 무너진다. 그래. 아플 거야. 괜찮아. 누구보다 더 아픈 것만큼 많이 사랑한 거야. 그 사람은 잘 자고 있다가도 내가 손을 잡으면 코를 골았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따금 장난치며 혼자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 사람은 모르는 나만의 행복놀이였다. 소중한 기억에 나는 힘들다가도 웃는다. 온전히 좋았던 그 순간들. 사랑은 늘 안쪽에서 피어난다. 정말 고맙게도 가장 안쪽의 안쪽에서 서서히 피어난다. 언제 피어난 줄도, 언제 저무는지도 눈치채기 어렵게 한 몸이 되어 간다.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적을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나는 여태껏 사랑에 대해서 적어낼 줄 몰랐던 거야. 내가 적어내던 건 그저 쌀쌀한 계절이 오면 따뜻한 계절을 꿈꾸듯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었어. 너로 인해 사랑에는 정말 많은 빛깔이 있다는 걸 배웠어. 사람은 잘 변하잖아. 그럼에도 자꾸만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알지? 그 처음이 너라면 나는 참 많이도 변했다. 그리고 또다시 돌아갈 거야. 시간이 지나 이 감정도 무뎌지면 그때는 진심으로 너에게 감사할 거 같아. 아직은 밉고 응원은 해도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그게 몇 년 아니 몇 달 아니면 며칠이 걸릴지 몰라. 하지만 적어도 일찍 오지는 않을 거 같아.


하는 수 없이 ‘사랑’이라 넘치게 적어도 늘 빈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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