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기적을 기다리고 있을까. 이해의 반송은 생각을 다양한 모양으로 춤추게 했다. 약식으로 적어둔 마음이 언젠가 나약해진 나에게 큰 힘줄이 되리라. 이제는 좋은 감정과 사랑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단연코 크게 깨달았다. 사랑은 기적처럼 찾아와 그 따스한 기적이 지속되는 것. 좋은 감정은 여유와 기분의 틀 속에서 조용히 적어 낼 수 있는 것. 좋은 감정으로 잔뜩 나를 담아내고 싶다.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선선한 바람처럼 스치더라도 닿는 모든 이들에게 기분 좋은 안녕을 담아 보내고 싶다. 이별은 감동과는 다르게 차갑게 달아오른다. 이미 식은 감정에 계속해서 연료를 넣을 수밖에 없는 것.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는 모른다.
고 김현식 선생님의 노래 ‘내 사랑 내 곁에’를 부른다기보다 읊조려봅니다. 이 새벽이 다 가도 조용할 리 없는 이 마음의 뜻을 두 번 세 번 확인하려 합니다.
“저 여린 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 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비척거리던 마음은 어느덧 끝을 예감한다. 딱 이 계절의 성격만큼.
이별을 알아채고, 깊은 호수에 얼굴을 먼저 담근다. 흐르는 물 없이 고요한 호수. 나의 떨리는 손가락 움직임으로 결이 생긴다. 호수의 밑바닥은 너무도 선명하다. 정리하지 못한 시절과 꾹꾹 담아두어서 미처 고백이 되지 못한 문장이 엉켜있다. 당장 분명치 않은 이 생명의 성질은 아마 우울한 기색 없이 또렷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