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이 모자란 기분이 든다. 왜 벌써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나. 그 사람이 있으니 내가 있던 것. 그것은 사건에 지나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수많은 이별 중 하나.
그 사람은 음식의 맛을 잘 모른다고 했다. 나도 음식에 크게 미련을 가지고 사는 편은 아니라 크게 의미 삼지 않았다. 특별히 맛있게 느끼지 못해도 맛있게 먹는 것. 배가 고프면 먹고 고프지 않으면 굳이 먹지 않았다. 그 사람의 음식에 대한 태도가 어느 정도는 일치해 있었다. 음식을 나눠 먹을 때 맛을 평가하고 약간의 토론을 하는 건 전혀 없었다. 그저 그 사람이 잘 먹는 모습이 기쁠 뿐이었다. 가끔 집에서 음식을 해 먹을 때가 있었다. 그 사람은 요리에 소질이 없어 보였지만 요리는 삶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기에 아마 하려고만 한다면 금방 실력이 늘 것이다. 그 당시 라면이나 김치볶음밥 같은 간단한 요리를 자주 해서 먹었다. 나는 그 사람이 음식을 하면 항상 뒷정리하려 했고 그건 그 사람도 그랬다. 서로의 배려와 밥을 챙겨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맛을 떠나 그 식사 자리는 우리의 마음으로 가득했다.
밥은 잘 챙겨 먹는지 궁금하지만, 아마 그런대로 잘 먹고 있을 것이다. 나의 특별한 사랑은 늘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이 함께하는 순간까지 내리 그러했다. 이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 어쩌면 누군가의 곁에 잘 자리 잡았을 수도 있을 테니 감히 함부로 말할 수 없겠다.
편집된 기억 속 우물거리는 그 사람은 영원히 사랑스러울 테니.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혼자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