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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운 Oct 23. 2022

눈사람

그 사람은 겨울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었지요. 손이 차가워져도 눈처럼 하얗게 웃으며 눈은 뭐로 만들지 손은 뭐로 만들지 고민하며 만들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겨울이 오면 집 옥상으로 올라가 눈사람을 만들기로 했는데 너무 춥고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나에게 없던 또 다른 동심이 있던 그 사람은 또 다른 어른이 되려고 곁은 떠났나 봅니다.


주소 불명의 눈사람은 겨울이 끝나기 전 아니,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떠날 때가 많다. 예전 나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눈사람이 녹은 그 자리는 별빛이 떨어지며 은은하게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의 팔은 무한히 넓어져서 나를 세워도 그리 좁지 않다. 마음이 녹으면 그 흔적이 남듯 그 사람의 자리도 흔적이 남았다.


이별 앞에서 헤매는 건 생명력이 남아있기 때문일까. 잘 지내려 애쓰는 모습이 사랑의 끝을 관통하여 미래의 틀을 직조하고 있다. 사랑은 담은 작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나마 건드려보는 사랑의 민낯. 조금 더 입체적인 위로를 조심스레 건네고 있다.


겨울은 봄의 얼굴. 봄은 겨울의 표정. 지나감을 견디는 사람은 언젠가 웃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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