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운 Oct 24. 2022

다정히 안녕

얼룩의 자격이 흐르는 빛에 닿는다. 맹세가 너무 명백해서 건들 수 없는 자국들. 마음에 비친 얼굴에 빛이 가득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어제의 나와 멀어지기란 도태된 마음 조각을 끌어모아 안는 것부터 시작한다. 마음을 지도처럼 펼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숨겨진 빛나는 보물도 구석에 가득한 먼지도 모두 정성스레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다.


빛의 따뜻한 손가락이 나를 덮친다. 울먹이는 일이 이따금 터지더라도 그곳의 시차는 유독 사랑으로 가득하다. 내가 살아가는 것이 사랑의 증명이 되도록 어찌 보면 투명한 막으로 싸여있던 그 독한 사랑이 사실이 되도록.


무사히 내 차례까지 도달했구나. 번진다. 그저 웃는다.


이제 나는 다정한 생을 보낼 테니.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물속에 깊이 잠기는 일이 없기를.


이전 28화 눈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