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게 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한국잡지교육원 취재기자 양성과정, 그 마지막 후기

by 승혁

코로나라는 불청객으로 취준생들의 인생에는 치명적인 공백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준비했던 토익과 각종 자격시험은 모두 연기됐고,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약 1년간 이어지는 취업 스트레스로 가족 간의 불화는 많아졌고, 끝을 알 수 없는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다. 분명 내 잘못이 아닌데, 그저 내가 부족해서라는 생각뿐이었다. 책망과 원망의 감정이 나를 온전히 뒤덮었다.

이런 나에게 한국잡지교육원 취재기자 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소중한 기회였다. 기자를 본격적으로 준비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체계화된 기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흔치 않다. 보통 혼자서 시사상식을 공부하거나, 논술 학원과 스터디 모임을 찾아다닌다. 꾸준히 글은 쓰고 있으나 자신의 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자리는 없는 것이다. 결국, 그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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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는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뚜렷한 ‘독자’를 겨냥해 글을 쓰는 사냥꾼이다. 내가 쓴 글로, 작게는 독자를 웃고 울리며, 크게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영리한 전략가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혼자서 계획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글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과 이야기가 오고 가야 하며, 결론적으로 이전 글보다 발전한 글을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잡지교육원은 전략적인 글쓰기에 대한 큰 판을 짜주는 책사와 같았다.


현명한 책사를 곁에 두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 기자로서 지녀야 할 덕목과 필요한 스킬(글쓰기부터 영상 편집까지 등), 기사 트렌드와 저널리즘의 방향성 등을 논의하며 짧은 4개월 동안 한 뼘, 아니 그 이상 성장했다. 수료를 앞둔 시점에서야 기사의 큰 골격이 보이고 피해야 할 단어와 문장, 미사여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널리즘 트렌드에 맞춰 카드 뉴스와 영상을 제작해보며 나만의 강점도 만들어봤다.


특히, 스스로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내려볼 수 있었다. 현재 나는 장애인, 노년층 등과 같은 소외계층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사회부 기자로서 뛰어갈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이동준 선생님과 오마이뉴스 기사를 밤낮으로 써 내려가며, 해당 분야에 가슴이 뛴다는 것을 느꼈고 실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은 선생님과 소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며 기자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처럼 한국잡지교육원에서는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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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는 왕의 권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즉, 취준은 혼자서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교육원이 훌륭한 책사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결정하고, 그 첫발을 내딛는 것은 당신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육원이 다 해결해주겠지’라는 식의 수동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 교육원 일정 이외에도 자신이 걸어가고자 하는 길을 찾고, 능동적인 자기 계발을 하는 등 당신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오늘도 그저 ‘숙제’로서 수업에 임하고 있는가?


취준은 교육원 일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과장해서 말하면,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숙명이다. 그러니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설사 교육원 일정 동안 취업하지 못했을지라도, 고생했던 4개월은 실패한 경험이 아닐 것이다. 4개월만 배우고 ‘기자’가 된다니, 참 웃긴 일이지 않나.

이 두서없는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부족함이자 글에 대한 목마름이다. 매 순간 과연 이 길이 맞는 건지, 글은 잘 쓰고 있는 건지에 대한 날카로운 자아비판이 살을 파고들지만, 결론은 같다. 일단 내디뎌봐야 안다. 지레 겁먹지 말자.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자.

p.s) 보람찬 4개월 만들어주신 선생님들과 과장님, 부장님 감사합니다. 글에 대한 고민과 영감을 함께 나누던 동기분들도 잊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걸어준 나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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