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핑계와 기대감을 오묘하게 섞어버리기
콤플렉스야 많지만, 그중에서도 남에게 가장 보여주기 싫은 부분은 바로 손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로 유달리 나의 엄지손가락은 다른 손가락에 비해 주름이 더 많다. 이유인즉슨, 애정결핍이었던 것도 아닌데 어릴 때부터 그렇게 손을 빨았다고 한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오랫동안 하면 살이 붓는 것처럼, 어쩌면 침이 완성한 팅팅 부어버린 손가락일 수도 있겠다.
두 번째로, 긴장하게 되면 손금을 타고 폭포수가 흘러내린다. 덕분에(?) 시험지는 항상 축축하게 젖어있어 답안지를 밀려 쓸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타인과 악수를 할 때는 꽤나 곤혹스러웠다. 혹여 첫인상이 반감되지는 않을지, 상대방이 불쾌하지는 않을지 등 알게 모르게 손을 잡는 행위는 될 수 있으면 기피했다. (오죽했으면 여자 친구랑 손을 잡다가도 중간중간 손수건에 땀을 닦아야 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가장 감추고 싶은 점은 손톱을 물어뜯는다는 것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톱을 먹으며 면역력을 기른다’, 혹은 ‘손톱 깎을 시간을 아끼는 거야’라는 핑계는 정말 얄팍한 핑계로 남을 뿐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체에서 손이라는 부분은 많은 임무와 역할을 수행하기도, 또 많은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어쩌면 얼굴이나 키보다도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소통 창구로 여겨지기도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얼굴이나 키가 주는 인상도 퍽 기억에 남겠지만 이것들(?)과는 다르게 손은 나란 사람의 온도를 전달할 수 있고, 촉감도 전할 수 있으며, 악력을 통해 상대를 어떻게 대하고 싶은지도 간접적으로 느껴지게끔 만들 수 있다. 손가락을 몇 개만 접으면 누구에게 모욕감을 줄 수도, 최고라는 찬사를 보낼 수도 있다.
이뿐인가? 손바닥을 부딪치며 상대방과 성취감을 나눌 수 있고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먼 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나란 사람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할 때 입술이 옴짝달싹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면, 대신 용기 내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폭 따뜻하게 잡는 역할을 자처하기도 한다.
이쯤에서 자신의 손을 한 번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은 감추고 싶은 부분, 조금은 소홀히 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이 없다면 더더욱 좋다.) 하지만 필자는 그것을 과감하게 ‘지금 이 순간의 가장 온전한 나'라고 말하고 싶다. ‘손가락이 못생겼어요’, ‘손에 땀이 너무 많이 나는데요’, ‘손톱을 물어뜯어요’라는 말들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 모습이 현재 본인의 상태를 나타낼 수도, 걸어온 길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저는 불안하거나 걱정거리가 많으면 손톱을 물어뜯습니다.
현재도 손톱이 성한 상태는 아니에요.
하지만, 손톱을 물어뜯는 것이야말로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은 아니구나.
걱정할 거리가 있구나.
그래도 움직이려고 하는구나.
라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그 걱정과 불안을 하나씩 줄여나가면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이처럼 적절한 핑계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오묘하게 섞이면 또 다른 원동력이 되어 있다는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손아.
항상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