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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Skrillex - Quest for Fire 소감

    차분한 분위기가 되기 이전 음악계가 열기로 가득 찼던 시기 말이다. 그때 페스티벌을 뜨겁게 달궜던 장르는 EDM이다. 락의 자리를 이어받고 각종 페스티벌을 가득 채운 EDM의 흐름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뜨거웠다. 울트라 페스티벌과 같은 대규모 EDM 페스티벌이 세계를 돌며 열렸고, 그 중심엔 다양한 스타 DJ들이 있었다. 필자는 EDM의 황금기를 이끈 DJ를 [Avicii(아비치)]. [Zedd(제드)], [Calvin Harris(켈빈 해리스)] 등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대중적으로도 성공했었고, 음악적으로도 이런저런 성과를 냈다. 그러나 그 시작에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개인적으론 그 시작이 [Daft Funk(다프트펑크)]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DJ라기보단 아티스트, 아티스트보단 외계에서 온 로봇이었다. 그 이전에 [Giorgio Moroder(조르지오 모로더)]와 같은 원로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들도 있으나, [Apex Twin(에이펙스 트윈)]이나 다프트 펑크처럼 대중적인 시선에 전자음을 가져온 선구자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필자도 굉장히 좋아하는 다프트 펑크는 일종의 아이콘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중음악에 새로운 장르가 나올 때마다 평론가들이 수여하는 훈장인 '소음'이라는 수식어로 시작해, 음악계에 큰 획을 긋고 박수 칠 때 떠난 그들의 영향력은 필자만 중요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스크릴렉스는 그러한 EDM의 태동과 황금기를 잇는 다리에 있다. 사운드 깎는 노인이라 불리는 [deadmau5(데드마우스)]가 일찍이 발견한 스크릴렉스는 새로운 장르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시켰다. 데드마우스(언젠간 이 사람에 대해서도 글을 작성할 것이다. 그냥 개인적인 선호다)는 이전부터 자신의 레이블 mau5trap에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영입시키며 키워냈는데, 스크릴렉스는 아마 mau5trap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덥스텝이라는 장르는 자메이카에서 시작한 dub(덥 : 자메이카의 거리에서 사운드 시스템을 기반해 울린 음악으로, 과하게 강조된 공간감이 특징이다)과 2-Step Garage(투스텝 개러지 : 자메이카 음악에 영향을 받은 영국의 음악 장르, 기존의 정박 리듬에서 탈피해 비트 스키핑 킥 드럼을 채용한 흐르는 듯한 비트의 느낌을 내는 장르)의 합성어로, 영국에서 시작된 댄스 음악의 장르이다. 그러나 스크릴렉스는 그 장르의 기본을 유지한 체 워블 베이스, 글리치 그리고 디스토션을 강하게 가져가며 미국식 덥스텝을 만들어냈다. 스크릴렉스의 자극적인 덥스텝은 성공적으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고, 이는 곧 덥스텝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덥스텝이라는 장르가 하드코어 한 일렉트로니카 음악으로 생각하며, 워블 베이스를 주로 떠올리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 덥스텝에 팬들에겐 브로스텝이라고 비하 당하며 인정받지 못했고, 평론가들은 늘 그렇듯 공격적이고 새로운 사운드에게 '소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뜨거웠다. 정박의 하우스 리듬에서 벗어나 댄스 플로어에 하드코어함을 불러온 덥스텝은 모든 페스티벌을 휩쓸고, 이 세상을 광기 어린 페스티벌로 뒤덮었다.


    그랬던 스크릴렉스는 갑자기 잠적하게 된다. 정규 앨범 <Recess> 이후로 점점 활동이 뜸해지던 스크릴렉스는 그동안 무엇을 했던 것일까?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것과 그 외에 이런저런 힘든 일이 많았다는 것 정도만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의 반환점은 예술가를 망치거나 성장시킨다. 완전히 무너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를 예술로 풀어내 전성기를 되찾는다. 과연 그는 어떻게 되었는지 앨범을 통해 알아보자.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9Z0stL3aRykA6gT3zqmSWKw9Ix-cMT9V


    이때까지 이 블로그에서 글을 썼던 방식과 반대로 장점을 먼저 이야기해보자면, 스크릴렉스의 고유한 색깔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덥스텝 고인물과 평단의 비난을 받았던, 프로그레시브한 하드코어 덥스텝을 이제는 앨범에서 찾을 수 없다. 물론 과격한 디스토션과 글리치, 워블 베이스를 끼얹은 음악이 유행에서 멀어진 것도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팬들이 그의 음악에 기대하는 것은 <Bangarang>과 같은 공격성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전반적으로 톤 다운이 되어있다. 동시에 나온 다른 앨범인 [Don't Get Too Close]는 더욱 그렇다. 스크릴렉스의 패션이나 스탠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많이 성숙해졌거나 많이 차분한 상태인 것을 반영했다. 과거 스크릴렉스와 같이 씬을 호령했던 Knife Party(나이프 파티)나 현재 씬에서 강한 음악을 하고 있는 MUST DIE!(머스트 다이!)나 Syzy와 같은 이들이 하는 음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전반적으로 사운드의 풍부함을 죽였다.


    왜 단점을 먼저 말했는지는 후에 말할 인상적인 장점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크릴렉스는 덥스텝으로 인기가 고공행진할 때도 이런저런 장르와의 화합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Korn과 같은 메탈 밴드와도 콜라보를 했고, 케이팝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보고 포미닛, 지드래곤, CL과도 콜라보를 했다. 아예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일본 가수 우타다 히카루와도 콜라보를 했었고 텐타시온, 에이셉 라키 같은 힙합 아티스트와도 콜라보 전적이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스크릴렉스가 구사하는 리듬과 사운드는 굉장히 다변화했다. 그는 원래부터 잘하던 덥스텝을 기반으로 컴플렉스트로 트랩, 정글 테러, 퓨처 베이스 등 일렉트로니카 장르는 기본이요 뭄바 톤이나 저지 클럽 하우스도 소화하며, 원래 밴드 출신이었다 보니 얼터너티브 락이나 개러지 장르도 뛰어나게 소화한다. 그러한 모든 경험이 [Quest for Fire]에 녹아있다. 원래부터 이런저런 샘플링으로 곡의 재미를 유도했던 그의 샘플링 실력도 일품이다.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에서 샘플링 했던 "Yes! Oh My Gosh!"를 다시 샘플링하며 팬심과 추억 또한 같이 챙겼다. 예전의 절반 정도로 비어버린 악기 개수와 화려한 테크닉이 자칫 씁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 앨범을 들어보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차분하게 만들어진 사운드는 오밀조밀하고 빈틈없다. 스크릴렉스가 EDM 씬에서 구른 '짬'의 집대성처럼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미니멀해진 사운드는 흡사 데드마우스의 앨범을 듣는 듯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고 짜임새 있다. 테크노스러운 비트로 마무리를 하는 <XENA>는 특이한 아랍어 가사를 통해 묘한 분위기와 스크릴렉스가 처음 보여주는 타입의 비트로 마무리하며 신선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감격했던 트랙은 Still Here다. 포터 로빈슨과 협업한 트랙인 Still Here은 [Sad Machine] 시절의 포터 로빈슨을 조금 엿볼 수 있어 감명 깊었다. 이런 언급할 정도로 특이함이 없는 트랙들도 대부분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스크릴렉스 특유의 컴플렉스트로함이 잘 살아있으며,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소리의 오밀조밀함과 단단함이 일렉트로닉에서 오래도록 구른 그의 노련함이 잘 느껴진다. 전성기의 프로그레시브함을 잃고 약간은 수그러든 태도가 퇴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덥스텝 팬들의 가려운 곳을 속 시원하게 긁을 음악들은 아니지만 가려운 걸 잊을 정도로 양질의 트랙들로 가득 차 있다. 정글 테러와 퓨처 베이스, 하우스 등을 연마한 그의 베이스&드럼 디자인은 이제 너무 견고하다. 스크릴렉스의 전성기 음악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느껴질 그가 구사하는 특유의 저음부 성향은 여전히 건재하여 아예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는다는 이질감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원래 그의 음악에 가득하던 중고음부와 초고음부의 글리치 사운드는 대부분 빼고, 그 사이를 적절한 멜로디와 갖가지 샘플링을 통해 실험적으로 메꾸어져 있어 듣는 재미가 있다.


    필자는 글에서 티가 나듯 그의 복귀가 반갑다. EDM이 떠오를 때 나타난 새로운 락스타라고 생각했고, 그의 음악은 비난과 찬양을 동시에 받았다. 그랬던 그가 이런저런 힘든 일을 이겨내고 돌아온 뒤 발매한 노련한 앨범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누군가는 차분해진 그의 음악성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할 것이고, 누군가는 더욱 견고해진 음악성과 다양화된 시도로 그의 음악성을 칭찬할 것이다. 다만 그가 더욱 앞으로 나아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거나 (혹은 그 이상을 바라보든), 차분해진 음악을 그대로 가져가 복귀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그저 그런 아티스트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있다.


<<Skrillex - Quest for Fire>> 7/10점

"양질의 일렉트로닉 앨범. 스크릴렉스의 성장을 느낄 수 있다."


1. Leave Me Like This [!추천] 

2. RATATA

3. Tears [!추천] 

4. Rumble

5. Butterflies

6. Inhale Exhale

7. A Street I know

8. XENA [!추천]

9. TOO BIZARRE [!추천]

10. Hydrate

11. Warped Tour '05 with pete WENTZ

12. Good Space [!추천]

13. Supersonic [!추천] 

14. Hazel Theme

15. Still Here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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