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넬로페 Apr 13. 2023

Avicii - True 앨범 리뷰

    최근에 [윤하]의 <오르트구름>을 듣고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오랫동안 잊고 지낸 듯한 그런 음악이 떠올랐다. 가끔 그런 음악은 다들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굉장히 좋아해서 즐겨 들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잊고 지내게 된 그런 음악. 필자에게 [Avicii(이하 아비치)]가 딱 그랬다. 아비치의 모든 음악을 좋아했고,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멜론을 사용하지 않아서, 아티스트와의 온도는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손 꼽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사랑했던 음악이, 머리가 커지며 세상을 보는 눈이 점점 넓어지고 이런저런 수많은 음악을 접하게 되며 조금씩 뜸해졌다. 그러던 와중 전해진 그의 사망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살면서 좋아했던, 선망했던 스타의 죽음은 처음이었기에 굉장히 충격이었다. 처음엔 체감도 잘되지 않았고 루머라고 생각했으나, 사후 앨범이 나오고 추모 공연 영상이 올라오며 뒤늦게 실감되어 너무나도 큰 상실감을 느꼈다. 물론 사후 앨범과 추모 공연 영상은 마른 오징어에서 물이 나올 정도로 돌려 들었다. 그 이후 감정은 무서우리만치 짜게 식었다. 그러나 변화가 하나 생겼다면, 그의 죽음 이후 일렉트로닉 전체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었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아비치는 뜬금없이 윤하의 음악을 듣다가 떠올랐다. 표절 시비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아비치가 전성기에 해오던 음악들과 <오르트구름>의 장르적 유사성과 훅에서 나오는 때창 사운드가 아비치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신나는 팝 일렉트로닉의 왕이었던 그 남자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인 <True>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보자.


    아비치는 2010년대에 EDM 시장이 한참 커지던 시기 본인만의 사운드 디자인과 누구나 흥얼거릴 정도로 매력 있는 멜로디로 씬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당시 아티스트들의 흐름이었던 순수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팝스러움과 어쿠스틱 악기들 간의 긴밀한 협력을 보여준 그의 음악은 컨트리부터 일렉트로 하우스까지 포용하는 엄청난 스펙트럼으로 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연하게도 그의 음악은 아이튠즈,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온갖 음악 사이트의 차트를 쥐락펴락했고, 갖가지 페스티벌에서 최연소 헤드 라이너 기록을 매번 갈아치우며 명성을 드높여 갔다. 그랬던 그는 오만에서 갑자기 자신의 인생을 마감했다. 음악 시장에서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거대한 음악가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별일 아닌 일은 아니었다. 모든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은 우주 너머로 사라진 혜성에게 경의를 표했다. 일렉트로닉과 팝/댄스를 마구 흔들어 놓은 그는 그렇게 초신성이 되어 사라졌다. 필자는 그의 앨범 중 아직도 단연 최고는 <True>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그렇듯 첫 번째 앨범이 가장 대단하다.


https://youtu.be/IcrbM1l_BoI


    아마 가장 유명한 곡이 이 곡이지 않을까 싶다. 컨트리와 일렉트로닉을 적절히 합친 곡이다. 아직까지도 아비치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 곡은 정말 아비치다움이 잘 녹아있는 곡이다. 프로 레벨의 DJ이나 프로듀서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FL Studio로 최대한 적은 플러그인을 사용했다 보니, 이 곡을 포함한 앨범 전반이 깔끔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최소한의 악기와 이펙터로도 신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전혀 무리가 아니라고 증명하는 듯하다. 아비치 특유의 귀에 박히는 멜로디도 곡의 완성도와 중독성에 한몫한다. 또한 아비치는 당시의 프로듀서들과 같이 보컬을 따로 곡에 붙이는데, 그 비중에 동종업자들보다 높다. 이러한 흐름은 이후 <Zedd>나 <Kygo>처럼 일렉트로닉 팝의 흥행을 만든 선구자로 아비치가 꼽히는 이유가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팝에만 능한 전형적인 머니 코드형 작곡가였다면 그가 이렇게 높게 평가될 수는 없을 것이다.


https://youtu.be/d1-DCYL7Fng


    <Dear Boy>와 같은 거대한 일렉트로닉 트랙에 대한 작곡 능력 또한 뛰어나다. 짧고 보컬에 상당 부분 기대는 트랙만 찍어내는 것이 아닌 자기만의 전자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능력 또한 뛰어난 것이다. 또한 이 곡에선 앞뒤로 믹싱용 비트 구간을 만들어 놓는 것으로써 디제잉용 라이브셋 구성도 염두에 두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인 <Shame On Me>를 들어보았을 때 다양한 신디사이저 테크닉을 들을 수 있으며, 스네어와 간단한 베이스로도 사람을 원초적으로 신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앨범 전반적으로 당대의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들에 비해 어쿠스틱 악기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주는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이 베이스의 사용이다. DJ와 전자음악 프로듀서들은 대게 어쿠스틱 악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전자 악기에만 비중을 두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것에 대한 비난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이펙터로 마구 난도질하고 수많은 샘플링으로 곡 자체를 무겁게 구성하는 것보다, 아비치처럼 베이스의 간단한 리프, 드럼과 보컬의 주고받기 정도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적재적소에 딱 필요한 악기와 멜로디를 얹는 실력이 일품인 아비치는 음악이 전부 단순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글에서 끊임없이 강조하듯 매력적인 멜로디로 사람을 붙잡는다.


    이후에 발매된 앨범들도 그러한 성향이 있지만, <True>는 가장 원초적이다. 의도적인 것인지 아직 덜 성숙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원초적인 신디사이저와 미니멀한 음악 구성, 그에 비해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노련한 멜로디 라인과 음악의 전개는 생기와 노련함이 공존하는 듯하다. 특히 <Lay Me Down>이란 트랙이 그렇다.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고, 아비치다운 사운드가 떡칠 되어있으면서도 일렉트로닉의 정석을 따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렉트로닉이다. 간간이 들려오는 어쿠스틱한 악기와 메인 코러스를 담당하는 거친 질감의 신디사이저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매력을 뽐낸다. 


    만약 일렉트로닉 음악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에게 아비치를 추천할 것이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섣불리 대답할 수 없다. 선술 했듯이 아비치의 음악은 일렉트로닉에서도, 팝에서도 이질적이다. 둘의 장점을 모두 가진 음악이기에 입문작으로 적합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비치를 맛보고 또 다른 아티스트로 옮겨가고 장차 일렉트로닉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려고 할 때, 그 징검다리 역할로 아비치의 음악을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대답해야 한다. 아비치와 같은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는 단연코 없다. 그가 비록 편의상 DJ/일렉트로니카 프로듀서의 포지션이지만, 다른 아티스트들과 너무나도 이질적이다. 다만 질문을 비틀어서 좋은 일렉트로닉 음반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주저 없이 아비치를 고를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아비치와 비슷한 아티스트는 프로듀서 중에 없다. 아비치의 음악은 그냥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가장 속 편하고 정석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날것이 담긴 <True>는 장르적 경계를 벗어난 명반이다. 아비치에 대한 그리움이 뜬금없이 깊어지는 날이다.


<<Avicii - True>> - 9/10점

"혜성처럼 나타나 전자음악을 헤집어 놓고 간 초신성의 가장 빛나는 지점"


1. Wake Me Up [!추천]

2. You Make Me [!추천]

3. Hey Brother [!추천]

4. Addicted To You [!추천]

5. Dear Boy [!추천]

6 .Liar Liar [!추천]

7. Shame On Me [!추천]

8. Lay Me Down [!추천]

9. Hope There's Someone Linnea Henriksson

10. Heart Upon My Sleeve

작가의 이전글 Skrillex - Quest for Fire 소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