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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22. 2023

KARDI - 칠 앨범 리뷰


록이라고 하면 당장 떠오르는 것들이 어떤 게 있을까? 너바나? 퀸? 오아시스? 혹은 디스토션을 먹인 기타와 단순무식한 곡 구성, 펑키함? 이런저런 것이 많이들 떠오른다. 이렇게 닳고 닳은 록이라는 장르에 새로운 밴드 하나가 태동하고 있다. 아직은 분명 미숙하다. 앞서 언급된 밴드들과 같은 라인에 놓기는커녕 언급되는 것조차 실례인 아주 짧은 신생 밴드이다. 그 이름은 KARDI(이하 카디)이다.


카디는 TV프로그램 [슈퍼밴드 2]에서 결성되어 음악 시장에 등장했다. 해당 방송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만하겠지만 아직까지 대중적인 인지도는 부족하다. 그러나 이들을 굳이 콕 집어서 앨범의 리뷰를 작성하는 것은, 나름의 잠재력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작년 9월에 나온 EP와 슈퍼밴드에서 선보였던 곡들 전반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엇보다 밴드 구성에 거문고가 있는 것이다. 거문고 연주자인 박다울은 국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박다울 혼자만으로도 하나의 글감이 나올 것 같기에 고민 중이긴 한데, <거문장난감>과 <박다울의 한갑득류 거문고산조>에서 필자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다. 그는 거문고 연주자이면서도 정통적인 국악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루프 스테이션, 바이올린 활, EDM 혹은 록 같은 구성 등 다양한 시도를 거문고와 접목시켰다. 그의 연주 영상을 보았을 때는 국악에 다른 요소를 합쳤다기보단, 그냥 거문고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멋진 소리를 전달하려는 예술가의 면모가 돋보였다. 그는 카디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얼터너티브 록, 하드 록 정도의 사이에 있는 뉴메탈 록 음악을 계속 보여주는 카디는 당연하게도 록 기반 악기들에 의해 시끌벅적한 구성인데, 그 사이에서도 거문고의 소리와 리프가 선명하게 들린다. 박다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다른 밴드와 차별화되는 재미있는 점이다. 베이스 하나만 바뀌어도 음악의 분위기나 구성이 달라짐을 느끼게 되는데, 거문고가 추가되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https://youtu.be/0felogVLYn4


그렇다고 카디가 그저 평범한 밴드에 거문고 하나 대충 얹은 밴드냐 하면 그것은 결코 아니다. 이미 입증된 장르를 가리지 않는 파괴적인 보컬과, 슈퍼밴드에서 입증된 연주자들의 실력은 그저 그런 밴드가 아님은 확실히 증명한다. 그럼에도 박다울 다음 순서로 언급될만한 점이 있다면 바로 김예지 일 것이다. 그녀의 개인 음반에서 R&B나 발라드에 대한 탁월함은 이미 입증되었다. 그러나 카디에 보컬로 참여하게 되며 그녀의 압도적이면서도 독특한, 그러나 록에 적격인 파워풀한 보컬은 그녀의 스펙트럼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https://youtu.be/sCLGYbRgDWo


마치 전성기의 조유진이 생각나는 듯한, 그러나 노래하는 악마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정반대의 특성이 록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곧 끊길 것 같은 허스키함은 스크래치와 정통적인 록 발성을 마구 오가며 막힌 귀를 시원하게 뚫어버린다. 그녀의 발라드나 R&B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 혹은 그녀의 카디에서의 음악 밖에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같은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나 싶은 스펙트럼이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흥미가 떨어져 버린 프로그램이지만, [복면가왕]에서 가왕의 자리에 장기집권한 것은 실력을 분명히 입증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로써는 여전히 의미 있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복면가왕에서도 보여준 장르적 스펙트럼과 그것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압도적인 보컬 실력은 어느 곳, 어느 밴드에서나 눈에 띈다.


이 둘을 제외한 밴드 구성원들은 사실은 딱히 해줄 말이 없다. 그러나 이는, 프런트맨과 그 외 멤버들의 전통적인 논쟁거리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멤버들이 실력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다. 다만 밴드에 수준에 어울리는 좋은 연주력을 가졌다는 것이 맞지 그 이상에 무언가는 추후 나올 앨범이나 싱글에서 증명해야 할 것이다. 베이스와 드럼 연주자들은 공감할 사안이겠지만, 그나마 기타는 솔로 파트에서나 늘 세컨드 맨으로서 대중에게 많이 인식되지만, 베이스와 드럼은 상대적으로 그것이 많이 어렵다. 그럼에도 이들이 카디에 어울리는 실력을 가졌음에는 이견이 없다.


앨범의 이야기로 가보자면, <칠 (Chil)>은 EP로써 아주 좋다. 호흡을 짧게 가져가면서도, 밴드의 정체성과 장점을 잘 보여준다. 또한 슈퍼밴드에서 보여줬던 것이 일시적인 활동인 것이 아닌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좋다. 전반적으로 원래의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뉴메탈 록 <Knockdown>, 힙합과 록을 재밌게 조합한 <Riot>, 록과 거문고와 EDM이라는 기묘한 세 장르의 동거 같은 느낌을 주는 <Watchout>, EP를 마무리하면서 각 악기와 보컬의 그루비한 영역을 보여주는 듯한 <칠 (Chil)>까지 재미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 밴드의 가장 큰 장점인 기묘한 정체성에 장르를 마구 넘나드는 실험적인 록이 아주 강렬하게 드러난다. 특히 타이틀곡인 <Watchout>이 필자는 카디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 장르의 경계를 부순 재미있는 시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문고의 구성 자체도 특이한 점 중 하나이지, 곡의 구성적으로도 록 음악으로 만든 [Avicii] 음악 같은 인상이었다. 구성적으로는 정석적인 EDM이면서 정작 악기는 완전히 록이다. 그러나 보컬과 거문고는 정말 EDM에서는 이단인 요소가 너무나도 깊숙하게 연계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을 하나로 묶어내서 재미있는 시도면서도,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괜찮은 음악이 탄생했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실험적이거나 전위적인 것에 치중하지 않고, 대중적으로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음악의 형태로 나왔다. 


의견을 종합해 보자면 네 가지 곡은 모두 다른 장르로 밴드의 신선함을 티 내고 있다. 그러나 아주 뛰어난 김예지의 보컬이 앨범을 앨범답게 통일성을 만들어준다. 만약에 인스트루멘탈 앨범이었다면. 이게 뭔가 싶은 구성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시도를 하면서도, 안정성은 챙겼기 때문에 크게 위화감도 없는 좋은 EP 앨범이다. 개인적으론 이제 정규 앨범이 나와야 할 차례라고 생각되는데, 그들이 거대한 앨범의 구성에선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지가 기대된다. 그들은 실력에 비해 증명된 것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수많은 한국 밴드들에서 사이에서 눈에 띌 정도로 재미있는 이 팀의 추후 활동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부디 다음엔 볼륨에서도 청자들의 마음을 충족 시켜줄 정규 앨범을 통해 찾아왔으면 하는 바이다.


https://youtu.be/2ngmeEqv8tk


<<KARDI - 칠(Chil)>> - 7/10점

"성공적인 데뷔 EP, 수많은 밴드 사이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씬스틸러"


1. Knockdown [!추천]

2. Riot [!추천]

3. Watchout [!추천]

4. 칠(Chil) [!추천]


ps. 이 밴드는 결성 이전에 각자의 활동들 중 의미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관심이 생긴 사람은 슈퍼밴드2의 공연이나 부산세계박람회 2030 유치 홍보영상 외에도 각 아티스트 개별 정보를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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