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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27. 2023

MUST DIE!-CRISIS VISION 앨범 리뷰

저번에 쓴 [Skrillex(스크릴렉스)]에 대한 글을 읽은 사람들은 덥스텝이라는 장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생겼을 것이다(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3071692853). 


그렇다면 이후의 덥스텝이라는 장르는 어떻게 되었을까? [스크릴렉스]와 그 외 수많은 DJ 및 프로듀서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야말로 일렉트로닉 음악에 전반적인 하향세가 시작되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음악이 일렉트로닉 함을 포함하게 된 것이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지금은 일렉트로닉과 접점이 없는 음악을 찾기가 힘들 정도기 때문이다. 소수의 코어 팬층을 남겨두고 다들 원래 듣던 장르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장르를 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은 소수의 팬층을 위해 음악은 더욱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변했다. 음악 장르의 다변화로 덥스텝이라는 저변도 넓어져서, 세밀하게 분류하기 힘든 장르의 영역으로 들어왔으나, 덥스텝은 이내 어떠한 분위기를 지칭하는 단어처럼 바뀌었다. 순수 전자 음악 기반에 공격적이고 빈틈없는 사운드와 격렬한 속도의 비트를 가진 음악은 모두 덥스텝이라고 부르기로 약속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해 줄 아티스트와 음악은 다르다. 순수 덥스텝이라는 말 자체가 묘하게 되어버린 시기이지만, 순수 덥스텝과 순수 하드 스타일의 로열 블러드와 같은 사람이다. 그는 바로 [MUST DIE!]이다. 그는 일렉트로닉의 인디씬에서 꾸준히 하드코어 한 덥스텝, 일렉트로 하우스, 드럼 앤 베이스, 하드 스타일 음악을 해오고 있다. 그의 초창기 모습은 마치 덥스텝의 재림을 선언하듯 복잡하고 불안한 음악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러나 갈수록 그것은 다듬어지면서도 특유의 공격성을 잃지 않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의 정수가 담긴 앨범 <CRISIS VISION>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단연코 최고이다. 필자는 계속 하드 스타일에 흥미를 잃고, 일렉트로닉 전체에 볼 장 다 봤다는 마인드로 손이 안 가기 시작했는데, [MUST DIE! 이하 머스트다이]의 음악은 다시 한번 젊음의 불꽃이 타오르는 듯했다. 재미있게도 세련된 사운드와 새로운 작법으로 만들어진 덥스텝(공격적인 일렉트로닉 음악 전반을 말하는 것으로써)이었으나, 묘하게 친근하고 들은 것처럼 다가온다. 그 이유는 우리가 덥스텝을 좋아했던 이유를 아주 잘 충족했기 때문이다. 많이 희석됐으나 여전히 들려오는 워블 베이스와 그 위에 얹어진 빠르고 어지러운 브레이크 비트에서 우리가 찾던 시원함을 아주 잘 충족해 준다. 점점 더 대중성에 가까워진 일렉트로닉 음악은 하드한 팬들의 요구에는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머스트다이의 음악은 그것을 아주 잘 충족하면서도 한층 더 진화된 음악을 들려준다. 기본적인 덥스텝의 문법은 지키면서도 한 단계 달라진 사운드 디자인이 듣는 귀를 즐겁게 해준다.


https://youtu.be/Fjp2nKvYjGQ


타이틀곡에서 무언가 느껴지고 마음이 동요한다면 당신도 덥스텝을 들을 준비가 된 것이다. 철저하게 다른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1절과 2절, 그 사이를 이어주는 브리지 라인이 덥스텝의 정석이지만, 공간감을 아주 부드럽게 가져간다. 오직 와블링에 모든 것을 투자하던 예전의 덥스텝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이 여실히 느껴진다. 아주 정석적인 음악 구조의 문법을 지켰으면서도, 구조적인 튼튼함에 빌어 고유성을 잃진 않았다. 머스트다이의 음악을 쭉 들으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신디사이저 디자인과 음악 전반에 깔린 분위기가 숨겨진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있을 듯한 느낌을 풍기며 그 맛을 더한다. 장르의 범위가 좁고, 특징이 많을수록 아티스트 고유의 특징이나 분위기를 내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머스트다이는 덥스텝의 기본 문법을 약간 어기더라도 그 틀 안에 여전히 있고, 자신의 고유성을 장르에 녹여냈음에도 대중 일렉트로닉 음악의 구조적 튼실함을 잃지 않았다. 특히 첫 번째 인트로 트랙인 <NIHILISM BEGINS AT HOME>에서 그런 점을 잘 느낄 수 있는데, 바로 다음 곡인 <LOL OK>와 이어지는 트랙이다. 갭리스로 들어보면 인트로로서의 역할은 물론이요, 머스트다이의 정체성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듯한 강력한 사운드로 청자를 흔들어 놓는다. 그러면서도 이런저런 테스트를 하는 듯한 콘셉트로 자연스럽게 본 앨범으로 들어가는 재미있는 구성이 일품이다. 


또한 그는 덥스텝 뿐만 아니라 드럼 앤 베이스를 변칙으로 구성하는 비트도 자주 찍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트랙이 <BODY SCREAM>이다.


https://youtu.be/gIJkP7tvjyw


아까 말한 머스트다이의 작법이 잘 느껴진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자신의 색을 잘 녹여낸 트랙이다. 첫 번째 코러스에서 드럼 앤 베이스를 제대로 맛 보여준 뒤, 바로 이어서 특유의 사운드를 섞어버려 발전해가는 느낌의 음악을 들려준다. 다음 트랙인 <HELLBURST>도 비슷한 인상을 준다. 어그레시브 한 변화를 준 트랜스 트랙처럼 흘러가다가, 그의 취향대로 사운드를 변형했다가 다시 일렉트로 하우스의 느낌을 제대로 보여주다 다시 자신의 색으로 음악에 끊임없는 변주를 가한다. 정신없는 구성과 그에 따른 고막이 걱정되는 듯한 사운드는 오히려 이런 장르의 팬들에겐 가산점 요소이고, 그냥 일렉트로닉 사운드 디자인적으로도 퀄리티가 아주 뛰어나다. 더군다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에선 찾아보기 힘든 희소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NERVE DAMAGE>와 같은 곡에서도 전통적인 일렉트로와 자신이 만들어 낸 사운드의 교잡 종들을 마구 세상에 풀어놓는다. 최근에 일렉트로 인디씬은 점점 더 앰비언트 해지거나, 유행하고 있는 하이퍼 팝을 억지로 쫓고 있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주는데, 그런 앨범들 사이에서 이 앨범은 더욱 빛난다. 새로운 시류에 흔들려 이런저런 느낌 없는 시도들이 이어질 때 이런 근본에 충실한 음악이 오히려 더 그 장르에서 빛나는 법이 있는 것이다.


그의 음악은 끊임없이 말하듯 장르적 특성과 근본은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빈틈 없이 자신의 색과 공격성을 마구 티 낸다. 두 얼굴의 음악이다. 그렇기에 자신은 이미 일렉트로닉적인 작법에는 충분히 통달했으며, 나는 한 차원 더 나아갔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런 두 가지 측면을 즐기면서 앨범을 끝까지 따라가면, 눈에 띄는 두 얼굴 뒤에 뛰어난 사운드 디자인과 믹싱 능력이 보인다. 자칫 믹싱이 무시당하기 쉬운 장르에서 악기 간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고, 무엇 하나 놓치지 않도록 잘 장치 해놓아 앨범의 듣는 재미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칭찬한 그의 음악성이 대중적이고, 다시금 일렉트로닉의 세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계속 이야기하듯 더욱 일렉트로닉의 근본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대중과 적대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다만 음악적으로는 더욱 깊어진 국물 맛이 느껴진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크고 작은 아티스트들과 알게 모르게 연결되며 음악은 또다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음악이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도 이 글에는 포함되어 있으나, 필자의 미약한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머스트다이가 이런 양질의 일렉트로닉을 계속해간다면, 언젠간 그의 영향이 이곳저곳에 흘러들어 다시금 일렉트로닉의 부흥기가 찾아왔을 때 그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일렉트로닉의 한계치와 반사회적이고 공격적인 음악의 매력을 계속 발산해 줬으면 한다.


<<MUST DIE! - CRISIS VISION>> 7/10점

"꺼진 불씨도 되돌아보게 만드는 하드코어 일렉트로니카의 작지만 뜨거운 불씨"


1. NIHLISM BEGINS AT HOME [!추천]

2. LOL OK [!추천]

3. FUCK UR STYLE [!추천]

4. LIFE SUCK [!추천]

5. DON’T EVEN BOTHER [!추천]

6. SORROW TECH

7. BODY SCREAM [!추천]

8. HELLBURST [!추천]

9. ERROR

10. CHOOSE ONE

11. NERVE DAMAGE [!추천]

12. DELETE IT ALL [!추천]

13. WHEREVER U GO


ps. 적어도 한국에서는 [MUST DIE!]가 잘 알려지지 못한 것 같은데, 일렉트로닉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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