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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May 05. 2023

Justice - † 앨범 리뷰


현재에도 다뤄야 할 앨범이 많고, 명반에 새로운 주석을 달기보다는 최근에 릴리스 된 음악에 점수를 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글을 작성해오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시 한번 [Justice(이하 저스티스)]에게 주목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이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다.


그들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자 데뷔 앨범 <†(이하 크로스)>는 오페라 디스코라고 스스로 정의한 첫 번째 정규 앨범 크로스는 말 그대로 위대한 앨범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일렉트로닉의 가장 거대한 획은 [Kraftwerk] - [Aphex Twin], [Daft Funk] - [Justice]라고 생각한다. 다들 굵직한 일렉트로니카의 살아있는 전설들이고, 혹자는 저스티스가 여기 낄 짬이 아니다 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의견에는 동의한다. 경력이 음악에 모든 것은 아니지만, 경력이 부족하고, 음원의 개수가 전부는 아니지만 발매한 음원의 개수도 선배들에 비해 적다. 하지만 경력이 전부가 아니고 음원이 전부가 아니다. 아티스트의 결론은 결국 음악이 좋냐는 것이다. 저스티스는 그러한 기준에서 아티스트이고, 그 수준이 저 사이에 놓일 정도로 뛰어나다고 판단한다.


프랑스의 듀오이며 DJ 보다는 밴드에 가까운 저스티스는 위에서 언급한 리스트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다(Daft Funk)의 4집은 성향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일렉트로니카의 거장들은 주로 기존의 일렉트로니카 씬을 뒤집을 정도로 실험적이고 재미있는 사운드를 천재적으로 대중들에게 각인 시켰다. 그러나 저스티스는 조금 다르다. 선배들과 정반대로 이 세상에 놓인 수많은 음악들을 마구 잘라 붙여 모자이크 음악을 만들어 낸다. 그 위에 프랑스 특유의 프렌치함을 끼얹으며 특유의 아트모스피어를 만들어낸다. 얼터너티브 락보다 더욱 강하게 디스토션을 건 기타는 저스티스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특유의(저스티스 음악에선 계속 써야 할 단어이지만, 이 만한 단어가 없어서 고민이다.) 신스와 원형을 찾기도 힘든 수준의 샘플링 재창조는 놀랍도록 익숙하다. 신선하고, 실험적인 음악이어야 할 조합이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신나면서도 무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렉트로니카의 팬이 아닌 사람 중에도 저스티스의 팬이 많다.


https://youtu.be/VKzWLUQizz8


특유의 색채와 영화 음악스러운 웅장함은 그들의 장점이고, 이것이 가장 잘 표현된 앨범이 크로스이다. 마이클 잭슨에게 헌정하는 <D.A.N.C.E>,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에 나올 법한 <Genesis>는 대표곡이며 저스티스의 대중성을 잘 보여준다. 선술 했듯이 두 곡은 어디서든 들어볼만 한 노래 같으면서도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노래이다. 신나면서도 가볍지 않은 <D.A.N.C.E>와 굉장히 세련됐음에도 고전적인 느낌을 내는 제네시스는 저스티스 특유의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공존, 조화는 시간이 10년이 넘었음에도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https://youtu.be/tCnBrrnOefs


<Newjack>과 같은 음악은 그것에서 한층 더 나아가 특유의 양립성을 보여준다. 펑키 한 디스코와 [Gesaffelstein], [Le Castle Vania] 등의 아티스트에서 들을 법한 다크하고 무거운 전자적 기교가 서로의 뜻을 조금도 굽히지 않고 양립하고 있다. 그렇다고 <Newjack>이 실험적인 음악인가? 하면 그냥 신나는 음악이다.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파티 음악으로서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Phantom>과 <Phantome Pt. II>와 같은 음악들은 또 어떤가? 테크노처럼 오로지 음악적인 질감으로만 리스너들에게 접근하는 음악이지만, 오페라라는 태그를 붙인 것에 딱 알맞게 스트링 사운드를 전반적으로 깔고, 특유의 기교와 프렌치함을 음악 전체에 깔아 질감에서 주는 쾌감과 더불어, 파티 음악과 디스코스러움도 뛰어나게 녹여냈다. <Valentine>과 <The Party>를 통해 앨범적 단위에서의 사운드 유기성도 잘 지켜주고 있다. 각자의 독립된 트랙으로 싸도 가치가 뛰어나지만 둘을 갭 리스 재생했을 때 느껴지는 유기성은, 허투루 짜인 앨범 구성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스티스 특유의 대중성과 음악적 깊이라는 공존이 힘든 두 가지의 완전한 공존성과 두 특성이 어느 쪽도 굽히지 않는 양립성은 오히려 가장 대중적인 보컬 트랙에서 알 수 있다. <D.A.N.C.E>와 더불어 <DVNO>는 아주 정석적이고 대중적인 음악의 문법 위에서 쓰였으나, 사운드가 저스티스스러움을 아낌없이 투입했다. 과감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작법이 초기적인 덥스텝의 성향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 당시 전자 음악 장비의 수준을 생각했을 때 입지전적인 부분도 있지 않나 싶다. 그러면서도 후반부의 베이스 라인은 일렉트로니카와 평범한 악기들의 잼 세션처럼 들리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좋아하는 곡은 11번 트랙 <Waters of Nazareth>이다. 2007년에 발매된 음악이지만 엄청나게 세련되었다고 느꼈다. 영화 존 윅의 OST인 <John Wick Mode>, <LED Spirals>나 먼저 언급했던 [Gesaffelstein]의 음악을 약간의 템포 업으로 듣는 듯하다. 빠르고 공격적이면서 묵직한 베이스 신디사이저가 음악 전반을 덮고, 특유의 저스티스 신스와 멜로디로 마무리가 되는 음악인데 일렉트로니카의 기교적인 부분과 프렌치함이 아주 적절한 타협점에서 합쳐져 오로지 인스트루멘탈 트랙으로써 가치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 또한 역시 갭 리스로 재생하기 딱인 마지막 트랙 <One Minute To Midnight>과의 즐거운 연계가 앨범의 완성도를 더한다. 이러한 세련됨과 07년도의 감성, 프렌치함이 다 같이 감도는 앨범은 음악 전반을 찾아보아도 찾기 힘들다. 


이러한 크로스는 다양한 장르를 저스티스 식으로 잘 포장한 앨범 같지만 놀랍고 신기하리만치 디스코다. 모든 음악의 베이스 라인이 디스코 패턴이다. 그들이 앨범을 만들려고 했던 방향성 그대로, 디스코가 아닌 것 같은 디스코다. 디스코가 촌스러운 음악, 은퇴를 걱정하는 자들이 젊을 적 즐기던 음악이라는 편견을 깨부순다. 디스코는 이제는 더 이상 보기 힘든 장르로써 신나긴 하지만 촌스러운 옛날 음악 정도로 치부되고 있었다. 마치 한국의 뽕짝과 비슷한 패턴을 볼 수 있다. 저스티스는 이러한 디스코의 틀을 깼지만, 디스코 냄새 즉, 장점은 유지한 놀라운 앨범이다. 좋은 평가를 받는 앨범의 대부분이 모든 부분에서 수작 이상을 하고 있으면서, 장르적 특성이나 아티스트적 특성 혹은 둘 다를 굉장히 뛰어나게 소화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듣는다. 그러나 크로스는 약간 다르다. 모든 부분에서 최소 수작 이상을 하고 있으나, 공존하기 힘든 특성들을 모두 가져와 앨범 안에서 보기 좋게 섞었다. 이는 마구 때 와서 적당히 교잡종을 만든 것이 아니다. 글 초입에서 말했듯 모자이크 미술과 비슷하다. 수많은 샘플링과, 디스코를 저변에 깔았음에도 알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음악성을 지니고 있다. 샘플링은 갈수록 음악에서 찾아보기 쉬운 요소가 되었으나 한 앨범에 400개씩이나 샘플링을 하는 앨범은 현재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그 샘플링도 오마주나 표절 시비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소리의 재창조에 가까운 샘플링이라 음악적 능력이 더욱 순수하게 다가오게 된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각 곡이 따로 노는 곡이었으면 모자이크라고 부르기 힘들었을 것이다. 수많은 요소를 기워 만든 음반이지만, 사운드적 유기성이 분명하고, 누가 들어도 저스티스라는 정체성이 있으며,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이 앨범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는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음악 장르 간의 융합이 일어나고 있다. 하이퍼 팝도 그런 예시 중에 하나일 것이다. 장르의 틀을 깨다 못해 음악의 틀을 깨는 흐름까지 온 현재의 음악은 저스티스의 음악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다양한 특성들을 어떻게 잘 녹여내고 잘 융합시키면서도, 그 고유의 맛을 잃지 않는지 말이다. 아무렇게나 음악의 틀, 장르의 틀을 깨부순다고 해서 음악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어렵다. 그건 그냥 부서진 음악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 음악은 듣기 좋아야 한다. 듣기 좋다는 기준은 천차만별이겠으나, 저스티스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먹힌다. 일렉트로니카 팬이 아니라도 듣기에 신나고 재미있다. 그러나 깊이가 없는 것도 아니며, 일렉트로니카의 한 가지 일면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저스티스의 음악이라는 정체성은 확고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고, 틀에 박힌 음악이 싫은 사람들은 저스티스를 주목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틀을 부수면서도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지, 저스티스를 보고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이들은 애플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무료 DAW [GarageBand]로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과연 좋은 음악을 만드는 본질적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계기도 된다.


결국에 요약하자면 좋은 앨범이다. 이런저런 해석학적이고 현학적인 설명을 뒤로하고, 그냥 신나고 듣기 좋은 프렌치 일렉트로닉 하우스다. 저스티스만의 맛이 있고, 재미가 있다. 시끄럽고 안절부절 하면서도 대담하고 독창적이다. 특이하고 재미있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이 앨범을 꼭 들어보길 바란다.


<<Justice - †>> 10/10점

"독창적이면서 대중적이고, 무게감 있지만 신난다. 단도직입적으로 좋은 앨범."


전곡 [!추천]  

1. Genesis

2. Let There Be Light

3. D.A.N.C.E

4. Newjack

5. Phantom

6. Phantom Pt. II

7. Valentine

8. The Party

9. DVNO

10. Stress

11. Waters of Nazareth

12. One Minute To Mid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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