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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May 17. 2023

김유진 - 한 조각 그리고 전체 앨범 리뷰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 나는 지금 호텔에 장기 투숙 중인 샐러리맨/샐러리 우먼이고, 늦은 아침에 일어나 준비된 정장을 입고 로비 카페로 내려간다. 브런치를 주문 후 먼저 서빙 받은 향긋하고 씁쓸한 커피 한 잔을 입에 걸치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럴 때 귓바퀴를 걸고넘어지는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분명 재즈일 것이다. 고정관념이라기보단, 그런 분위기가 있다. 감성적이고 칠(Chill) 하면서 이런저런 기교로 나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그러면서도 격식을 차려 고풍스러운 꽤나 복잡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런 재즈에 커피를 페어링 하는 것은 현대인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정적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재즈란 어떤 힘이 있다. 인종과 문화권을 초월하고 서로 뒤엉켜 만들어진 장르인 만큼 우리 인생을 포괄하는 주제의식과 감정들이 녹아있다. 그렇기에 모든 삶을 관통하고 'Touching minds'한다. 오늘 이야기할 앨범도 그렇다. 삶 그 자체가 주제인 이번 앨범의 화자는 다양한 재즈 클럽과 무대에서 활동하다 드디어 정규 앨범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김유진]이다. 그녀는 재즈 보컬리스트로써 엮어낸 다양한 재즈에 자신의 목소리를 얹어 정규 앨범으로 만들어냈다.



재즈라는 장르 자체가 현재와 과거를 관통하고 조화시키는 성격이 있지만, 이 앨범은 특히 '조화'라는 키워드가 중요하지 않나 싶다. 정석과 모던의 조화, 언어들의 조화, 우리의 조화 등 다양한 것들을 엮어서 이야기한다. 타이틀곡 <한 조각 그리고 전체>는 이 앨범의 주제의식을 이야기한다. 이 감미로운 노래는 모든 것의 연결을 말한다. 그 이후의 곡들에서도 우리 모두의 인생은 점과 선처럼 분리된 사건들의 목록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모든 조각들이 모여 우리 인생 전체가 되고 있다는 요지의 말을 던진다. 마치 악보에 점과 선만을 써넣었지만, 이를 통해 음악을 연주해 내는 것을 비유하는 듯하다. 인간이란 주로 인생의 모든 사건들을 국소적으로 취급하게 된다. 당장의 감정에 휘둘려, '내 삶이 언제 여기까지 왔나'하며 되돌아보기도 하고'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흐르지?'와 같은 질문도 스스로 하곤 한다. 이러한 감정과 사건들은 보이지 않는 선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나, 당장 이것을 의식하기는 어렵고 의식하더라도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김유진은 이것처럼 모든 이가 가진 경험과 사건이 각자가 가진 조각들이고, 이것들이 모여 하나가 되고 이것들이 모여 전체가 되는 것이 우리가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우리 스스로 조각들을 살펴보고, 그것을 통해 우리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러한 기회를 이 음악을 통해 제공한다.


https://youtu.be/pTXeZNnStIs


그녀의 무심하면서도 따듯한 인생 이야기가 재즈라는 바람을 타고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올 때, 서로 다른 경험과 감정을 가진 인간끼리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아주 지치고 힘든 일을 겪은 우리가 집에 돌아왔을 때 느끼는 감정<집이 좋아>, 굳이 포르투갈이 아니더라도 방문했던 여행지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Portugal>과 같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으로 우리를 공감시키고, 그런 것들마저 하나의 선으로 이어 완성되는 이 앨범은 재즈의 정석과도 같다. 시공간을 초월하고 각자의 인생을 초월해 공감과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이 앨범에서 잘 조화시킨다.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임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과거를 사랑해도 괜찮다는 이야기하는 <사라지는 것들을 향한 애정>이나 짝사랑에 대한 경험을 담은 <Moon>은 우리의 생활에 밀접하게 근접해 끊임없이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마지막 트랙 <To my loved one> 영롱한 피아노 라인과 조심스럽게 얹어진 스캣에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여행과 사랑에 대한 감정을 김유진과 나누다, 조용히 마지막 사랑을 노래하며 앨범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러한 주제의식과 더불어, 음악적으로도 이 앨범은 인상적이다. 2016년도부터 공연을 통해 다져진 재지(Jazzy)한 김유진의 보컬은 자신이 말하고 싶어 하는 감정적 주제를 전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모든 것이 하나라는 이야기와 더불어, 직접 세계를 여행하며 각기 다른 언어로 쓰인 가사는 언어의 차이를 통한 새로움을 전달하면서도, 같은 주제를 말해 한 앨범에 알맞게 녹아든다. 직접 다닌 여행의 이야기와 직접 겪은 인생의 경험을 직접 보컬로 풀어내는 것에 마지않고 다양한 재즈의 조화로 앨범을 풍성하게 만든다. 한동안 유행했던 '재즈란 말이죠...'라는 밈에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스윙, 발라드, 브라질리언 리듬을 조화롭고 재미있게 앨범에 녹여내고 저녁거리의 재즈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인터플레이는 아주 흥에 겹고 즐겁다. 또한 이런 무드와 악기들의 조화가 선과 점들이 엮인 거대한 원(Circle) 그리고 그런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삶이라는 전체라는 주제에도 맞아떨어지며 앨범 연출에 듣는 재미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은, 그녀의 여행을 간접 체험하는 듯하게 만들어 마치 여행 영화를 보는 듯한 맛을 준다. 이러한 단편 영화 같은 앨범은 블록버스터 같은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연주보다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앨범으로 넌시 인생 이야기를 전해 이 앨범 또한 김유진이 말한 조각과 전체의 구성요소가 되고 있다. 


그녀는  꽤 오래 활동했음에도 첫 번째 정규 앨범으로 꽤나 차분하고 작은 앨범으로 대중에게 접근한다. 자신이 해온 활동 또한 모두 인생의 선이 되어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원(Circle)이라는 의미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이 앨범을 통해 인생의 한 조각들과, 그것들이 엮여서 만들어진 전체를 감성적으로 조망하게 되어 따뜻하고도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더블어 다양한 재즈 장르를 부담스럽지 않게 8가지를 접할 수 있는 접근성은 재즈에 대한 이해도나 호감이 적더라도 접하기 쉬운 점까지 가지고 있어 이 앨범을 한층 좋게 평가하고 싶다.


<<김유진 - 한 조각 그리고 전체>> - 8.5/10점

"삶의 조각들을 노래해 그 전체를 보게 하는, 그 경험 또한 한 조각이 되게 만드는 따뜻한 앨범."


전곡 [!추천]

1. Circle

2. On the Train

3. 한 조각 그리고 전체 (A Piece and the Whole)

4. 집이 좋아 (Es ist gut Hause zu sein)

5. 사라지는 것들을 향한 애정

6. Portugal

7. Moon

8. To my loved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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