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건 없습니다. 그냥 허영심 때문에 샀어요. 젤 비싸고 크고 멋진 폰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카푸어 같은 거랄까요. 거기다가 산 방법도 얼마나 부끄러운지... 엄마 졸라서 샀습니다... 네...
하여간 허영심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저는 허영심이 참 많은 아이였습니다. 지금도 참고 있을 뿐 많고요. 인정욕구에 시달리는 관종이랄까요.
기억을 돌이켜보면 늘 그랬습니다. 뭔가를 자랑하고 누군가 우와~ 해주는 그 맛에 중독돼있었더랬죠. 자존감이 많이 부족했고, 지금도 부족합니다. 자꾸 인정받고 싶어요. 그런데 거짓말은 하기 싫어서 늘 부모님을 졸라댔습니다. 돈 사고도 많이 쳤구요. 참 죄송한 일이죵.
이 허영심과 ADHD의 콜라보로 참 많은 돈을 갈아 마셨습니다. 뭘 하든 엔드스펙으로 맞추려고 부모님을 쪼아댔죠.
그런데 요즘은 조금은 내려놓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별건 아니고요. 조금씩 쪽팔리더라고요. 나이 먹고 누굴 졸라서 뭔갈 사고 자랑질하는 걸로 자위를 하는 삶이라는 게요. 이 허영심이라는 게 참 무서워서 자꾸만 커지고 더 한 것을 자랑하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어떤 한계점에 도달했고 더 이상 내가 허영심을 부릴 멋진 물건이나 행동이나 칭호가 사라지자 꽤나 방황했습니다.
나보다 좋은 컴퓨터는 보기 드물었고, Z폴드 6보다 좋은 폰도 드물었고, 나보다 넓은 집, 나보다 많은 용돈, 나보다 가진 게임이 많은 사람도 드물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부모님 등골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빨아먹고 나서야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컴퓨터로 뭐 하지?'
'내가 폴드 6으로 뭘 하지?'
'이 남아도는 용돈으로 뭘 하지?'
갑자기 쪽팔리더라고요. 고사양 게임을 하기 위해 고사양 컴퓨터를 산 게 아니라 주변에 으스대려고 산거였어요. 다른 모든 하이엔드 제품이 그랬습니다. 저한테 과분하고 비싼 제품들이 줄을 지어 집에 있는데 막상 필요한 건 하나도 없고, 허영심 약빨이 떨어지자 구석에 처박혀 임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니면 뭐 당근으로 새 삶을 받은 아이들도 많고요.
그때부터 조금은 허영심의 속박에서 벗어났달까요. 요즘은 뭔갈 사고 환불하기도 하고, 뭔가 살 때 이런저런 가격비교도 해봅니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허영심에 눈이 뒤집힌 사람은 안 당연해져요 그게.
혹시 지금 뜨끔하신 분들은 괜찮습니다. 뜨끔하셨다는 거 자체가 깨닫는 단계에 오셨다는 거겠죠. 근데 늘 살게 많고, 늘 가야 할 여행지가 많고(저는 여권이 가득 차서 새로 발급받은 적도 있어요...), 늘 인스타에 올려야 할 게 많다면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허영심이라는 녀석을.
맥여도 맥여도 배가 부르지 않는 그 녀석을 굶겨 죽여야 합니다. 그래야 오히려 자존감 하락에서 벗어나요. 자존감을 채워주는 척 우리를 속여 등 처먹는 게 허영심이라는 새끼입니다. 말하다 보니 열받네 개 같은 거.
아무튼 글에도 자꾸 허영심이 한 방울이라도 들어갈까 경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자칫 천박한 글이 될까 무서운데 요즘은 그게 오히려 낫다 싶어요.
다들 허영심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을 진정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 잘 고민하고 거기에 소중한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도록 해봅시다. 물론 저도 못하고 있는데, 이런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다독여 보는 거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