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이라는 어두운 통 안에 든 고깃덩어리로 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우리는 과연 세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걸까?
만약 정말로 나쁜 마음을 먹은 악마가 우리를 속이고 있는 거라면? 혹은 미친 과학자가 통 속에 우리의 뇌를 넣고 전기 자극을 보내며 이 모든 세계를 조작하고 있는 거라면?
그래서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했나 보다.
설령 악한 존재가 모든 감각을 속이고 있더라도, 그 의심 자체가 ‘생각하는 나’를 증명한다. 이 끔찍한 환상이 사실이라 해도,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속일 수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받아들이는 나 아닐까?
나쁜 악마나 미친 과학자에게 한 방 먹이는 방법은, 이 거지 같은 인생을 살아내며, 웃고, 행복하다고 믿는 것 아닐까?
어두운 뼈통조림에 불과한 뇌. 그 안에 갇힌 우리가 위대해질 수 있는 길은, 삶을 견디고 누리는 것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삶을 살아냈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하루였다.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다"고 나를 속여본다.
오늘도 못되게 처먹은 악마와 미친 싸이코패스 과학자에게 한 방 먹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