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떠있는가?

by 박홍시
"달은 떠있는가?"

백주대낮에 하기엔 꽤나 이른 질문이고, 꽤나 늦은 질문입니다.


저는 아주 평범하게 달은 낮에 뜨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내가 알던 지식을 끊임없이 의심해야 된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오늘따라 잠이 일찍 깨길래 일출을 보게 되었는데, 아직 젊어서 그런지 일출 자체에는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해가 뜨는 게 뭐 그렇게 특별하다고. 매일 올라오는 녀석인데. 그런데 시야를 돌려 여기저기 살펴보다 태양과 정반대 편까지 눈이 닿았습니다. 서쪽 새벽하늘을 올려다보자 달이 대뜸 보이더라고요. 그것도 푸른 하늘에 고고히 떠있는 달이었습니다.


지평선을 부여잡고 시야에 걸린 달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검은 배경에 태양빛을 반사시키는 평범한 달이 아니라, 푸른 하늘에서 스스로 빛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본 어떤 달보다 새벽달이 더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태양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밀려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마저도 멋들어졌습니다. 해와 달은 영영 만날 수 없이 서로의 흔적을 따라 도는 슬픈 이별처럼 생각 중이었던 저의 관념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둘은 쫓고 쫓기는 관계가 아닌 절대적인 태양이 작고 여린 달을 밀어내려 하고, 달은 그것에 저항하고 있었습니다.


검색해 보니 달은 밤에만 뜨는 천체가 아닌 하루에 12시간 이상 떠있는 천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밝게 빛나는 태양에 잘 보이지 않을 뿐이었어요. 우리는 태양이라는 밝은 존재에 가려 열심히 노력하는 달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은 여름이 되면 태양의 강력한 영향력은 더욱 강해져, 달의 입지는 더욱 줄어듭니다.


저는 여기서 느꼈습니다. 태양과 달의 평범한 인식의 이면에는 달의 노력과 달의 아름다움과 달의 순수함이 감추어져 있었던 것이에요. 우리도 달과 똑같아요. 우리는 상식을 깨고 세상의 이면을 바라보려 애써야 합니다. 그곳에 진짜 가치가, 진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세상의 표면은 너무나도 허무하고, 염세적이고 또 잔인해요. 우리는 태양과 같은 존재들에 자존감이 상하고, 자신의 가치를 잊어버리는 수많은 달 중 하나입니다. 세상에는 밝은 태양이 너무 많아요. 잘생기고 예쁜 사람, 능력 있는 사람, 재밌는 사람 등 빛나는 너무나도 많은 태양이 떠있어요.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그런 태양 사이에 껴 평범함이라는 밤에 고독히 떠있는 우리라는 달을 위로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말씀하세요. '달은 떠있다.' 우리는 태양이 자리를 비운 틈에 떠올라 고작 태양빛이나 반사하는 하늘에 뜬 돌덩이 따위가 아닙니다. 자신보다 수십 배 몸집이 큰 태양과 싸우고 버티는 작은 거인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고고한 달이에요.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도록 하세요. 그리고 태양과 싸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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