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했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사실 일보다는 날씨가 너무 힘들었어요.
전국을 휩쓴 비구름이 지나가자 너무 덥고 습하네요.
그래서 택시를 기다리며(출근할 때 택시 타는 FLEX) 다이소에서 냉감 팔토시를 샀습니다. 아저씨들이 끼고 다니는 것을 정말 극혐 했는데, 과연 얼마나 시원할까 궁금증이 생겨 껴봤습니다.
팔을 욱여넣으면서 "정말 아저씨 같다... 나도 이제 아저씨 다 된 건가..." 생각했습니다. 근데 막상 팔을 집어놓고 나니 정말 편하더라고요. 아저씨 같다는 생각은 온데간데없어졌어요. 시원하고, 땀도 안 흐르고, 뭔가 팔도 날씬해진 것 같고(?) 이거 이거 정말 물건이더라고요.
정말 세상에는 이유 없는 일이 하나 없어요. 이해가 안 되는 일도 막상 그 상황이 되니까 저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아저씨들이나 하는 거라고 폄훼하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고작 팔토시에 이렇게 주접떨건가 싶지만 정말 편합니다. 역지사지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네요.
세상엔 정말 이유 없는 일이 없습니다. 아저씨들도 아저씨 같아 지고 싶었던 게 아니라 힘든 하루 일과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보고자 그렇게 된 거였어요. 일상을 영위하려는 사람의 노력에 저는 함부로 비하를 하고 있었던 거지요.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 봅니다. 세상에 이해 안 되는 일들,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 알고 싶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도 무작정 나와 맞지 않는다고 깎아내릴 것이 아닙니다. 내가 그 상황이 되면 나도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나이가 듦에도 잘 어울리고 꾸미고, 멋지게 자기 자신을 갈고닦는 분들을 내려치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그분들은 다 늙어서 젊어 보이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늙는다는 거대한 흐름에 저항하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분들이었어요. 그렇기에 저는 그 반대편에 있는 현실에 순응한 어른들, 흔히 말하는 아저씨들을 무의식적으로 깎아내렸는지도 모릅니다.
다들 제각기 이유가 있고, 100인 100색의 삶이 있는 건데도요. 이제는 역지사지를 머리로만 안게 아닌 마음으로 느꼈기 때문에 그런 이분법적 태도는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든 거예요. 내가 보기엔 무가치하고 의미 없는 헛고생을 전력으로 다하는 사람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역지사지를 느끼고 나자, 그들도 다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날 힘들게 해도 그러려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이유가 있겠죠 뭐. 반대로 누군가는 저를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근데 저는 저만의 이유가 있으니까 이렇게 사는 거거든요. 다 자기 삶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