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있습니다. 중대한 고민이 있어요.
그보다 먼저 할 말이 있습니다. 저는 정신병이 있어요. 우울증과 불안장애 그리고 공황증세를 겪고 있지요. 발달장애도 있습니다. 꽤 심한 성인 ADHD를 앓고 있어요. 이건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특별해 보이고 싶어서, 불행해 보이고 싶어서 지어내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진단을 받았어요. 각각의 병들이 수준이 심각합니다. 주변인과 부모님은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것 같지만 객관적으로 심각한 수준이에요.
수시로 자살 생각을 했습니다. 제 삶을 영위할 의욕도 이유도 없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평범한 사람들과의 격차는 커지고, 그 격차만큼 자존감은 깎여나갔습니다. 매일 아침 아직 살아있는 자신에게 실망하고, 매일 저녁 눈물을 흘리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시간이 약인지 정신과 약이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좀 나아졌어요. 원랜 항상 죽고 싶었는데 요즘은 가끔 죽고 싶습니다. 아주 가끔, 아주 미약한 의욕이 생기기도 합니다. 전에 썼던 글(재미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에서 말했듯이 요즘은 간혹 재미가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하고 슬픈 인생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이런 제 인생에서 고민은 어떤 삶의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가입니다.
나는 정신병자고 발달장애인이니까 삶에 장애가 있는 건 당연한 거야.
나는 이런저런 페널티가 있지만 멋진 사람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전자는 저를 힘들게 하지만 마음이 편해집니다. 포기하면 편하다던가요. 제가 살면서 겪는 다양한 문제와 그로 인한 자존감 파괴가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우울함이 만들어낸 무기력함이 삶의 생기를 빼앗고, 불안감이 만들어낸 조급함이 잦은 실수를 낳습니다. ADHD 때문에 기분은 오락가락하고, 집중력은 거의 없습니다. 내 인생 망했네라는 생각이 뇌를 가득 매웁니다. 그런 저에게 합당한 이유를 부여해 주는 것만 같은 달콤함입니다. 어차피 저는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거예요.
늘 억세게 살아남으려고 했던 저에게 유연함을 줍니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당연한 거지 뭐'라는 생각으로 슬픔이 조금 잦아듭니다. 자존감도 좀 덜 깎입니다. 아무래도 저의 부족함을 받아들였기 때문이겠죠.
후자는 저에게 희망을 줍니다. 하지만 삶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집중력이 부족해서 일은커녕 취미에도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게 뭐든 30분 이상 할 수가 없어요. 무언가 시작하고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이 지나면 눈에 초점이 풀리며 정신이 나가버립니다. 부족함의 빈자리는 자괴감이 채웁니다. 그리고 자괴감은 곧 우울감과 무기력이 되어 저를 넘어뜨립니다. 이런 정신의 외침을 그저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취급하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면 사는 게 너무 힘듭니다. 제가 삶에 장애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걸 무시하고 열심히 해보려고 해도 알게 모르게 부딪치는 게 너무 많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행복한 삶을 찾는다면 정말 멋진 사람이겠죠. 그런 기대를 하며 억지로 살아나갑니다.
어쩌면 둘 다 아닌 아름다운 제3의 태도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부족한 제 머리로는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얼마 없는 저의 주변 사람들은 두 번째가 무조건 맞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너무 어렵고 고통스러워요. 여러 병들의 기적의 콜라보로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저의 자존감을 깎고, 수시로 드는 자살 생각, 두더지 게임처럼 교대로 고개를 내미는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강인한 마음을 계속해서 부러뜨립니다. 그래서 매일매일이 지쳐 쓰러질 것 같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마음을 가득 메웁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저 삶이 힘들어서 드는 잡생각에 불과한 건데 제가 너무 과몰입하고 있는 걸까요? 인생에 견지할 태도 따위는 없고 그냥 살면 되는 걸까요? 이런 고민마저도 우울증 때문에 일어난 환각 내지는 착각일까요?
오늘따라 소중한 라이킷보다 따끔한 댓글이 받고 싶어요. 많은 조언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은 별로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