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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글쓰기와 시민 의식

일기

by 희원이

자전적 글쓰기는 중요하다. 예전에는 다른 장르에 비해서 더 낫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고, 대개 자기만족에 불과한 장르라고 여기기도 하였으나, 사실 자전적 글쓰기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접근법을 통하여 보면, 그 나라 시민의 인문적 수준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대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서전은 두 가지 경우가 많다. 자기 자랑을 위한 것이거나, 자기 삶을 그래도 누군가 기억해주길 바라는 소박한 바람일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그 사회의 시민이 성장하는 수준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려면, 그 나라 자서전을 살펴보면 될 것 같다. 평전 말고, 자서전.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서전의 의미는 자기 평판의 자기식 정리와 명함이 된 면이 있는데, 그걸 세련되게 하는 쪽이 있고, 좀 더 원초적이고 신파적인 나라가 있는 듯.

그리고 세련되어도 결국 자기계발서와 성공스토리로 귀결되곤 하는데, 또는 자전적 에세이에서 노인분들이 자기의 삶을 위로하되 성공모델을 흉내내는 경우가 그렇다. 자서전이 평전보다 단단해지는 사회라면 시민의 힘이 대단할 것 같다. 우리는 저 자신을 위대하고 여기고, 안타깝게 여기는 데 익숙하다.


어찌 하다 보니, 에세이에서 거리를 둔 것도 자기를 걸고 쓰는 것이라 훨씬 협소한 폭에서 움직인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생각이 좀 바뀌었다. 꼭 경험적 요소에만 국한하지 않더라도(그러면 한두 권 나오면 끝이라) 심리적 자서전이라 칭하게 되는데, 각종 에세이적 생각에서 결국 묻어나오는 '나'를 만족스럽게 다루고 싶다.

소설보다 잘 팔릴 개연성이 있는 장르라는 점도 있었고, 현재 쓰인 재료를 전환하여 쓴다면 쓸 거리도 제법 있다는 생각이 들고(다작 가능), 예전에 묻어둔 스타일을 호출해서 전환하기도 용이하다.

소설처럼 모르는 세계와 인물을 상상하기보다는 가장 잘 아는 배우인 나를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아, 그리고 그동안 정리했던 시민 참여적 글쓰기에서 에세이 저술가는 탁월한 편집가와 함께 큰 정체성으로 두었으므로.

나는 거기서 더 파고 들어가려고 했을 뿐, 에세이를 가장 중요한 장르로 생각하는 건 여전하다. 작은 정체성으로는 시민기자와 기록비평가를 가장 중요하게 꼽았지만.





- 여담이지만 에세이 저술가와 탁월한 편집가를 포괄하는 원초적(우리우주적) 정체성은 기록자이고, 선험적(다중우주적) 정체성으로는 독자가 있겠다. 그리고 독자와 기록자가 연결되는 관계적 정체성으로 번역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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