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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좁아지는

에세이: 외국어영역

by 희원이

고3이라는 시절은 그렇게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좁아지는 기분을 남겼다.

모든 게 시험으로 평가되며, 숫자와 등수로만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그곳에서, 일단은 그 고비를 넘어서야만

생각하고 즐기는 게 허락된다는 규칙에 철저히 합의했다. 다른 건 선택사항에 놓지 않았고 고3에겐 허락되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나를 깨울 작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럴 것이라고, 적어도 그때는 그런 것을 상상했다.

대학교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고, 대학의 신이 은혜롭게 우리에게 놀라운 행복을 선사할 것이라는 신화 같은 것 말이다.


마치 긴 겨울 끝에 찾아오는 봄처럼.

아, 봄이긴 봄인데

극심한 가뭄을 동반한 봄인지도

미처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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