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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자 바다가 거칠어졌다

미니픽션

by 희원이

♬ 우리를 우리의 삶에서 구하라

구- 룡포 해수욕장의 맑은 물은 내 초등학교 시절에 머물러 있다. 군영에 있었으므로, 민간인이 접근할 수 없어 그만큼 오염되지 않았던 해수욕장에선 적은 숫자의 군인 가족만이 있었다. 차갑고 깊고 짙은 푸름으로 넘실대는 바닷물은 쉴 새 없이 하얀 거품을 물었고

하- 지의 모래사장을 적셨다. 하계의 더위를 참으며 모래 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라- 르고, 라르고, 파도 소리의 리듬을 따라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 소리가 햇빛의 부서지는 부심을 따라 잔잔히 가라앉고, 출렁이는 물결을 따라 잠깐 올라왔다 서서히 내려앉는,





√ 바람이 불자 바다가 거칠어졌다

바다는 멀리서 온다. 그리고 바다는 멀리 가져간다.

모래를. 바닥을. 우리의 리듬과 기억을.


나는 종종 그 해안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장난 같던 순간. 갑자기 흐려지고 바람이 거세졌다. 파도도 높아지자, 키가 작던 초등학교 학생으로서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

해변으로 걷기 시작하는데, 자꾸만 모래가 바다 쪽으로 쓸려갔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칫 기우뚱 파도에 균형을 잃을 뻔하자 두려운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겨우 그곳을 빠져나와

해변에 섰을 때, 사람들도 해수욕을 그만두고 해변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는 빗줄기가 점점 뚜렷해졌고,

궂은 날씨의 바다란 어떤 느낌인지 알 것도 같았다.


나는 그때 바다를 바라보며

해변으로 나오는 순간을 곱씹었다.

에스컬레이터의 방향과 반대로 걷는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그때였다. 바다에 사람들이 제법 빠져나왔을 때 한 아이가 멀리서 튜브를 타며 해변으로 오려고 했지만, 자꾸만 멀어지는 듯했다.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사람의 힘보다 파도가 세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점점 멀어지고 있을 때 불현듯

저러면 큰일 날 텐데 어쩌지, 하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때 그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휴대폰과 신발만 벗어두고 옷을 그대로 입은 채 바다가 뛰어들어 거기까지 걸어들어갔다.

다행히 어른에게는 그리 깊지 않은 지점이어서 곧 아이를 끌고 나와서는

혼을 내는 것이었다.

겁도 없이 거기서 놀고 있느냐며.

아이는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는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면서 아이를 껴안고 다독였다.


그때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괜찮다고 손을 흔들며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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