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픽션
♬ 파친코와 피노쿄의 코는 길어지고
파- 보처럼
친- 구가 그리웠다.
코- 가 오똑했고
와- 이파이를 코에 단 것처럼 냄새를 잘 감지했다.
피- 자를 다운로딩할 때면
노- 우즈(nose)에선 미세한 노이즈처럼
쿄- 쿄쿄 콧노래가 흘렀다.
의- 째 그건 커서도 변하지 않았다.
코- 에서 콧물이 흐르고
는- 에서 눈물이 흐르는 복잡한 이유가 생겼을 시절에도
길- 한복판에서
어- 묵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지- 독하게 순전하고 영원히
고- 전적인 것이 음식 냄새였다. 함께 먹던 친구와 공유하던 감정을 떠올리게 해주는.
√ 벽의 냄새
지하철역 벤치에 앉아서 다음 열차가 언제쯤 도착하는지 전광판을 보고 있었다.
시간은 11시 30분. 막차가 다행히
집 앞 역까지 간다는 시간표를 확인하고는,
앉아서,
택시비가 굳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3인이 앉을 수 있는 벤치의 중간 의자에
허름한 옷차림의 사내가 앉았다. 그가 앉자마자
옆에 벤치 끝에 앉았던 여자가
일어나서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옆 벤치에는 사람들이 앉아있기도 했지만,
대개 이렇게 재빨리 일어나서 자리를 옮기려 할 경우에는
바로 옆 벤치로
자리를 옮기지는 않는
법이었다.
나 역시 여자처럼
그러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옆에 앉은 사내는 여자가 일어선 벤치 끝으로 자리를 옮길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소주 냄새를 잔뜩 머금고는 지독한 지린내를 풍겼다.
정확히 말하면 지린내 수준이 아니라, 몇 달 동안은 길에서 노숙하면서 잔뜩 배어버린
역한 냄새였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포기해버린 듯했다. 무신경할 수는 없겠지만
그냥 진화론적 관점에서 버티기 위해
그러한 감각을 둔화시켰거나 정지시킨 것이
분명했다.
그런 감각마저 살아있다면,
그렇게 버티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데서나 살게 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호흡하기 버거울 만큼 냄새는
자극적이었다.
벤치의 중앙에 앉아있는 바람에
자리를 옆으로 옮겨봤자 의미도 없고,
여자가 자리를 뜨는 바람에 나 역시 바로 자리를 뜨자니 그의 눈치가 보였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쯤은 알았지만, 어쩐지
쉽사리 일어나지는 못했다.
그렇게 아주 잠깐,
그와 나는 마치 방금까지 함께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동료처럼
벤치에 나란히 옆에 앉아서는
지하철을 기다렸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지하철에서 사람이 가득한 상태로 그 사내가 옆에 앉았다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꼼짝 못하고 앉아 있거나
결국은 참지 못하고
냉정히 일어나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기 전이라
지하철이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그와 다른 칸에 타기 위해 자리를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의 움직임에 무심한 척 기민하게 살피면서
정반대편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떼면
모든 상황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사내의 냄새 때문에 사내를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도무지
그러기 쉽지 않았다.
호흡을 조절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버텼다.
그가 술에 취한 채로
코를 풀고 벤치에 손을 슥슥
닦고는
좌우로 고개를 흐느적거릴 때는 정말
참기 어려웠다.
그때였다.
지하철이 역사로 진입하고 있었고,
그에 맞게 신호음이 울리며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나는 잽싸게 일어나서는 최대한 멀리 그 사내에게서 멀어졌다. 그러고는 문이 열린 지하철 안으로 들어가
그 사내가 어디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는 아직 벤치에 앉아서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원래 지하철을 탈 생각이 없었는지
졸다가 일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누구도 그에게 다가가
지하철이 도착했다는 것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보통 할머니가 그러고 계신다면
슬쩍 옆에서 맴돌며
괜히 다른 사람에게 큰 소리로 말하듯
‘아이고, 기차 왔구나’라고
할 텐데.
냄새가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알려준 이에게 비틀거리며 다가와서는
‘고맙다’고 할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