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등굣길

에세이: 외국어영역

by 희원이

아침이면 알람 소리에 눈을 비비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고, 반쯤 감긴 눈으로 교복을 입은 후 집을 나섰다.

규칙적인 생활의 지겨움이 몸을 무겁게 눌렀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교실로 들어서는 일상이 반복되며 마치 시간이 멈춘 기분이 들었다.


특히 겨울 등굣길은 더 힘들었다. 집을 나서면 칼바람이 볼을 스치며 매섭게 불어왔고, 교복 아래로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는 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나는 점퍼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손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고는 한 걸음씩 걸었다.

길 위를 걷는 학생들은 몸을 움츠린 채 조용히 걸어갔다. 세찬 바람이 불 때면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리의 가로수는 앙상한 가지를 흔들며 거친 노래를 부르는 듯했고, 해가 떠오르지 않은 하늘은 아직 어둑했다. 익숙하고 반복적인 길이었지만 그 하루는 언제나 무겁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등굣길에는 나만의 작은 습관이 있었다.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그것을 바라보는 일. 그 순간만큼은 잠시 머리가 맑아졌다. 안경에 성에가 뿌옇게 끼면 그것을 닦아내기 위해 소매를 손목까지 끌어올리고는 안경알을 닦았다.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는 그렇게 잠시 뿌예진 안경알이 거슬렸다. 파란불이 다시 들어오면 안경을 닦다 말고 길을 건넜다. 어쨌든 학교로 늦지 않게 가야 한다는 게 내게 주어진 임무처럼.


어느 겨울 아침, 나는 목도리를 단단히 여미고 차가운 공기를 마셨다.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고양이들이 사람을 피해 도망쳤고, 나는 부랴부랴 학교로 향했다.

책가방은 어깨를 짓눌렀고,

하얀 입김은 숨을 쉴 때마다 눈앞을 가렸다. 잠에서 덜 깬 눈으로

길을 걸으며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지만, 나른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칠 때마다 입술이 얼어붙는 듯했고, 손끝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그러나


세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면 잠시

정신이 들며 졸음을 씻어냈다. 그 순간은 짧지만 확실한 각성의 순간이었다.


거리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붐볐다. 학생들은 서로 말을 섞지 않고 저마다의 생각에 잠겨 고요히 걸었다. 어둑한 하늘 아래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비추고, 그 빛 아래 내 숨결이

하얗게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매일 보던 풍경이었지만, 그 속에서 나는 나름의 생기를 찾았다. 찬바람을 맞으며 학교로 향하는 순간들, 그 반복되는 하루하루는 어쩌면 나만의 작은 전쟁이었을지도 모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별과 함께 기억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