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픽션
♬ 수박과 화채에 관한 서글픈 추억
차- 가웠다.
밑- 바닥에 맨 발을 대었다가 소스라치는 느낌이 있어
그- 는
늘- 한 발씩 순차적으로 발을 떼었다.
에- 이는 날씨여서
쉬- 지를 못했다.
는- (눈)물을 흘릴 틈도 없었다.
고- 드름은 무심하게 햇빛에 반짝거렸고
양- 동이에 담긴 물이 얼어 양동이와 함께 바닥에 붙어 있었다.
이- 런 식으로 죽고 싶진 않았다.
처- 서가 와서 더운 날씨가 밤을 틈타 선선해지는 것이 느껴지던 시절에는
럼- (너무) 안심되게도, 그래, 이러니까 죽으란 법은 없다며
하- 지 이후로 숨통을 열에 달구었던 순간을 저마다
품- 앗이 하는 표정으로 되짚는다.
하- 품을 하던 막내아들래미네 손주가 쉽사리 잠들려 하자, 이를 달래던 할머니는
며- 늘아야, 부르며 수박을 꺼내와 화채를 만들게 한다. 이제는 이 동네에서 나지 않는 수박을.
√ 온실 박물관
“지구의 마지막 숲으로, 2087년에 소멸된 것으로 추정”
설명 문구를 보면서 윤희는 온실 박물관을 돌아다녔다.
한때 인간이 살았던 모습을 그래도 재현해주는 시뮬레이션 공간이었다. 환경부에서 심혈을 기울여 조성된 곳으로, 역사적인 고증, 환경학적 고증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었고 당대 최고의 기술을 결집하여 실현한
첨단 과학의 결정체라는 대대적인 홍보 내용도 실려 있어,
거주민으로서는
말로만 듣던 오래 전 세상의 모습을 간접 체험할 기회로 여겼다.
윤희는 그곳에서 거닐며 오래 전 바깥 세상의 동식물을,
특히 꽃을 본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다.
지구에서 숲이 사라졌을 때, 그래서 수많은 동식물과
특히 꽃이 거의 사라졌을 때
그때
과거의 수많은 기술과 기록이 유실되었고, 단절되었다고 한다.
때때로 그 기록을 바깥 세상에서 찾아내기도 하였지만,
모든 건 이곳을 탈출하는 데, 그리고 살아남는 데 필요한 것들로만 추려지고 집중되었다.
완벽히 통제된 실험관과 같은 칸막이 방 안에서
갇혀 지내는 것에 지쳐 있던 사람들로서는 이러한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럴 때는 유리 돔 안의 세상일지언정
비교적 자유롭게 외출을 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엄격하게 허락된 지역만을 오갈 수 있었고, 철저하게 숫자를 통제하였다. 공기와 여러 자원의 적절한 배분과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생존의 규칙이었다.
그런데 돔 안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행사가 기획되었을 경우, 그때에 한해서 대량으로 공기와 자원이 풀리고, 한시적으로나마 거주민으로서도 숨통이 트였던 것이다.
윤희는 그곳에서 글자로만 묘사되었던 수박이라는 것을 보았다. 엄연하게는 고증학자들이 추정하는 과일로, 현재 있는 ‘민포르’라는 과일의 조상쯤 되는 것으로 보았다. 물론 그도 확실치는 않았지만, 문헌에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수박 같다고 했다’라거나 가족들이 마당에 모여서는 평상에다 수박을 놓고 잘라서 모두가 나누어먹을 만큼 큰 과일이라고 했다.
‘가족들이 모여서 수박을 쪼개 나누어 먹는다고?’
그건 낯선 풍경이었다. 오래 전 사람들은 어째서 가족이라는 것을 두었을까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때에는 사는 것과 믿는 것이 지금과 달랐던 것으로 이해하기로 하였다.
윤희는 하늘 위에 떠 있다는
달의 형상을 보았다. 윤희가 보고 자란 달과는 달리, 하나만 있었고, 온화한 색깔이었다. 그곳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었다고 믿었다니. 하지만 온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늘에는 여전히 달이 떠있긴 했다.
옛날 사람들이 말하던 달은 지금의 색이 아니어서, 늘 레드문으로 떠 있고, 언제부턴가 달은 둘이었다.
그 하나는 인공 달이었다. 선택받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
모두가 하늘을 볼 때면 그곳을 바라보았다. 불길한 달 옆에서 화려한 꿈을 꾸는 게 허락되었다는 인공 달을.
그곳에 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대개는
그곳에 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