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시 & 미니픽션
♬ 눈이 감기고 하품이 자꾸 나오는 건
시-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대- 학에서 사회로 나왔을 때 아직
의- 자에 앉아서 상상하던 시절의 버릇이 남아 있었다.
전- 수되지 못한 생존의 의지
환- 절기에는 감기가 걸리기 쉽고
기- 력을 회복하고 나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살아남는 법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 낙엽 아래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방법은 몰라도 괜찮다. 낙엽도 바람도 결국 자기 자리를 찾는다고 하니까.“
커다란 다이어리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놓고는
펜을 가져다 대고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상희는 커피잔을 손에 쥔 채
창밖을 바라봤다.
가늘고 말라서 초라해 보이는 나무 가지 위에
새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어디론가 떠나기 전, 잠시
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지 1년.
졸업장은 차가운 액자에 끼워져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옆엔
먼지가 쌓인 다이어리와
읽다 만 자기계발서.
적힌 계획들은 어느덧 희미해지고,
그녀의 의욕도 마찬가지였다.
사무실의 의자는 대학 강의실의 그것과 달라
좁고 딱딱했다.
맞지 않는 의자
같았다.
출근길, 버스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어디론가 떠나려는 새처럼
불안했다.
환절기가 오고, 그녀는
감기에 걸렸다.
아침마다 흐르는 콧물과 잠긴 목소리
아프니까
더 아프게
느껴졌다.
더 깊은 무기력 속으로
그녀 자신을
밀어 넣었다.
회사 동료들은 그녀의 상태를 눈치 채지
못했다. 모두가 바빴고, 그녀 역시
그들 중 하나로 섞여 있었다.
어느 날 퇴근길, 그녀는
길가에 떨어진 낙엽 위에
멈춰 섰다. 낙엽은 바람에 휘말려
제멋대로
날아다녔다.
상희는 한참을 서 있다가
손을 내밀어
그것들을
집어 들었다.
낙엽을 보며 문득
자신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결국
어디에선가 멈춰 설 것이다.
낙엽처럼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기로 했다. 그녀 자신도 그렇게 놓아두기로 했다.
그 순간,
아주 작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어딘지 모를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