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시 & 미니픽션
♬ 설날과 복날
소- 천했다.
설- 날에.
을- 적한 삶을 놓아두고
진- 실을 추구하지만 쉽지 않았던 나날을 벗어두고.
지- 리멸렬하고
하- 찮은 존재들이
게- 슈타포의 폭력으로
바- 다쓰기(받아쓰기)를 시켰던 시절에
라- 디오에서 조용히 사라진 디제이는 별다른 설명 없이 돌아오지 않았다.
보- 직해임된 군 인사들은 복날의
게- (개)처럼 두드려 맞고, 진실이 아니면
되- 게 하라는 강요를 받으며
면- 상에 날아오는 주먹과 굴욕을 견디며
서- 면으로 같은 문장을 쓰고 또 썼다. 서로의 진술이 모두 맞아 들어갈 때까지.
√ 라디오 디제이가 갑자기 사라지던 날
라디오에서 들리던 디제이의 목소리가 어느 날
조용히 사라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누군가는 남아 그 방에 앉아 있었다.
설날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은 의미가 없었다.
방 한구석에 놓인 시계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고, 진술서는 끝없이 다시 쓰였다.
“다시 쓰게. 서로 얘기가 다르잖아!”
요원이 내던진 종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책상 위에는 볼펜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집어 들었다.
너무나 익숙한, 이제는 아무 감정도 남지 않은 그 양식.
매일 반복되는 지옥이었다.
“다시.”
요원은 무표정하게 반복했다.
“아직도 네 진술과 저쪽 진술이 일치하지 않잖아. 쟤는 아르코에 갔다는데, 너는 왜 안 간 거지?”
“갔습니다! 갔습니다! 저도 아르코에 갔습니다!”
그곳에서는 시간이 멈춘 것 같았지만, 바깥세상에서는 여전히 해가 뜨고 질 것이다. 그 사실만이 유일한 진실이었다.